My stories in Korean

An exhilirating school story by Jan Mark

Nowinlove 2024. 11. 29. 13:35

HAIRS IN THE PALM OF THE HAND

Jan Mark

 

Time and the Hour

공부시간 쉬는시간

 

손잡이 부분에 회색 손가락자국이 패턴을 남기고 교실의 문은 파란색 칠이 되어 있었다. 문 가운데에는 홀란드 선생님이 아디슨을 향해 칠판 먼지떨이개를 던졌으나 맞추지 못했던 자국이 이젠 흐릿한 얼룩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바로 그 위쪽에는 강화유리 패널이 도사리고 있어서 때론 그 너머로 교장 선생님의 얼굴이 물귀신이 되어 이승으로 돌아와 인간들을 감시하는 모습이 어른거리기도 했다.

마틴 베넷이 기하 교과서에서 눈을 들었을 때 창 유리는 뿌옇게 흐려져 있었으며 물기를 담은 눈동자 하나가 교실을 들여다보는 중이었다. 이윽고 문 손잡이가 돌려졌고 문은 그 아래에 걸려 있던 백묵 하나와 심한 마찰을 일으키면서 불쾌한 비명 소리를 내며 열리기 시작했다.

홀란드 선생님이 칠판 이편에서 고함을 쳤다. “어이, 들어오거나 나오거나 해! 거기 서 있지 말고, 빌어먹을 시원찮은 이 보부상 녀석아. 바람 들어올라!”

시원찮은 보부상은 살금살금 들어와서 문을 재빨리 닫았다. 보니까 2학년의 올본이었다. 올본이 말했다.

“실례합니다 선생님. 저희 담임 선생님이 메시지를 전해 드리라고 하셔서요.”

홀란드 선생님이 말했다. “올본, 목소리 좀 그만 낮춰라. 글로 쓴 메시지냐, 말로 하는 메시지냐?”

“종이에 써 있어요 선생님.” 올본이 말했다.

올본은 이름처럼 ‘뼈만 남은’(all bone) 것은 절대로 아니었으며 오히려 뚱뚱했고 제발 자기 이름이 좀 다른 이름이길 하고 바라고 있었다. 사실 투표권이 주어지면 바로 바꿀 계획이었다.

“불행 중 다행이로고.”

홀란드 선생님은 올본의 뜨뜻하게 젖은 손에 들려 주름이 잡히고 축축하게 늘어진 상태로 학교 내부를 돌아다녔던 종이를 받아들고 이렇게 말했다.

“1x반, 내 말을 들어라. 민중의 언어로 말하자면, 귀때기를 기울여라. 존스 선생님의 메시지이다. 11번 버스로 통학하는 학생들 모두 방과 후에 아래층 운동장에서 존스 선생님을 뵙고 가야 한다. 항의가 들어왔다고 한다. 올본, 어떤 종류의 항의냐? 콜레라가 발병했어? 아니면 동상? 또는 나름대로 격분하는 게 마땅한 어느 학교 밖 사람인가?”

올본은 당황해서 자기도 모르게 제자리에서 발을 끌기 시작했다. “모르겠습니다 선생님. 담임 선생님이 말씀 안 하셨습니다.”

홀란드 선생님이 다시 말했다.

“아마 학교 밖에서 들려온 항의일 것이다. 너희들 중에는 해당되는 사람 없겠지?”

홀란드 선생님은 책상 위로 몸을 기울이며 으르렁댔으며, 1x반은 이 포효에 ‘귀때기’를 손으로 닫고 수업에 집중했다.

“올본, 이 종이는 도로 가져가라.”

올본은 조그맣고 축축한 종이를 다시 받아 1x반 교실을 나갔다. 홀란드 선생님은 올본은 그만 잊어버리고, 여러 가지 복잡한 삼각형들을 그려 놓은 칠판 아래에 Q.E.D.라고 썼다.

마틴은 자기 시계를 들여다본 다음에 고개를 들고, 자기 기하 폴더 표지에 반쯤 가려진 조그맣고 빨간 현금 출납부 속에 ‘1분 15초’라고 썼다. 홀란드 선생님에 대해서는 언제나 “착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선생님은 성격이 드셌을 뿐 아니라 마치 금간 비석과도 같은 유머감각에 필요할 땐 싱글싱글 웃는 얼굴까지 함께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선생님은 가장 사소한 사건까지도 '중대한 지장(disruption)'으로 바꿔버려 시간을 쓰기도 했다. 그리고 선생님은 수업을 종소리에 딱 맞춰서 마치는 것을 좋아했다.

종은 이제 3분 후면 울릴 것이었다. 마틴이 그날의 총 수업 시간을 맞추기 위해 펜을 대기하고 있는데 문이 다시 열리고 교감 선생님이 걸어 들어왔다. 교감 선생님은 홀란드 선생님에게 속삭였고 마틴은 기다렸다. 마틴은 선생님이 공부를 멈추라고 말하기 전에는 방해한 시간으로 치지 않기로 했었는데, 그 경우 마틴 자신이 부정행위를 저지를 위험성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전에 교생 선생님이 잘 하고 있는지 보러 교장 선생님이 교실 안에 들어오셨을 때에도 그랬다. 이 때는 교장 선생님이 학생들을 관찰하는 동안에 학생들은 아무도 공부를 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이는 공식 선언이 아니었기에, 그 주의 마지막 날에 마틴은 도의적으로 그 기록을 제해 버렸다.

학교 오케스트라도 지휘하시는 교감 선생님은 안경을 벗고 나서 그것을 갖고 지휘를 하며 학생들에게 말했다.

“여러분 선생님이 조회 시간에 여러 번 말했던 것을 기억하죠? 돈을 걸고 하는 카드놀이는 엄격히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학생들은 카드놀이를 주사위 놀이로 바꿔서 살살 피해 가려고 한답니다! 우리 학교는 어떤 형태의 도박도 가장 엄격히 처벌합니다. 잘 알겠지요?”

교감 선생님은 안경을 휘저으며 하고 싶은 말을 강조하고 나서 말을 끊었다.

“감사! 합니다, 홀란드 선생님.”

교감 선생님이 문을 닫고 나가자 홀란드 선생님이 대답했다.

“감사 합니! 다, 교감! 선생님.”

마틴은 현금 출납부에 45초라고 써 놓고 그 아래 빨갛게 선을 그었다. 종이 울렸다. 1x반 모두는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마틴은 숫자들을 모두 더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홀란드 선생님이 복도로 사라져가면서, 교내의 모든 교원이 아디슨에게 앉으라고 지시한 제일 앞줄로부터 아디슨이 다른 아이들을 헤치고 다가왔다. 아디슨은 마틴의 금전 출납부 위에 자기 손바닥을 얹으며 대답을 요구했다.

“베노야 이걸로 뭐하는 거야? 너 내가 계속 지켜봤어. 뭐하는 거야?”

맨 앞줄에 앉아서 뒷사람을 지켜볼 수 있는 학생은 아디슨뿐이었다.

“땀까지 밴 너의 이따만한 손을 여기서 떼!”

마틴이 금전 출납부를 밀치며 말했다. 하지만 아디슨은 흔들리지 않았다.

“아니야, 이거 한번 봐 보자. 봐봐.”

아디슨은 평화로운 학생이었다. 싸울 거리를 찾고 있지 않을 땐. 마틴은 어깨를 으쓱하며 아디슨이 현금 출납부를 집어들도록 내버려두었다. 읽던 아디슨이 메스꺼움에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더하기잖아. 수학이다!”

마틴은 애디슨이 말에 합리적으로 대꾸했다.

“수학 시간이었잖아.”

“그렇지만 너는 이걸 영어 시간에도 하고 있었어. 그리고 지리 시간에도. 어제는 목공 수업 때도. 내가 다 봤어. 얘들아, 이거 한번 봐봐.”

다른 아이들이 모여들어 뭐가 문제인지 보러 왔다. 아디슨이 관심을 보이는 것은 그게 무엇이건 보통 난장판으로 끝났다.

“이것 봐! 베노가 수학을 재미로 한대.”

아디슨의 단말마에 마틴은 현금 출납부를 집어들며 말했다.

“수학 아니야. 내가 만든 시간 낭비 도표야. 입금(credit)이라고 써 있는 이 세로단은 우리가 오늘 낭비한 시간을 써 놓은 거야. 16분이지. 조회할 때는 3분 늦게 끝났고, 지리 시간에는 홉킨즈 팔이 래디에이터 안에 걸려서 5분을 잃었어. 그리고 우리가 운동장에서 시끄럽게 해서 체육 시간에 4분 늦었어. 그리고 반즈 선생님은 영어 시간에 2분 늦게 들어왔어. 그리고 방금 전에 홀란드 선생님이 메시지를 두 번 받았잖아. 그래서 2분이 또 늦어진 거야.”

“그래서 어쨌단 말야? 누가 상관이야? 나는 관심없어.”

아디슨의 말을 마틴이 받았다.

“너가 상관없거나 있거나도 아무도 상관없을걸. 넌 저리 짜져 있어. 여기, 인출 단을 봐. 우리는 50분까지 휴식 시간이 시작을 못했어. 리버가 언제나 그렇듯이 늦게 끝났거든. 그리고 체육 시간에는 원반을 찾느라 2분 늦었어. 그러면 7분 절약한 거지. 그걸 16분에서 빼면 9분이 남아.”

“그러니? 포브시, 16에서 7 빼면 9가 남지. 노벨 상이라도 주면 좋겠네.”

아디슨이 놀렸다.

“닥쳐.”

포브스가 말했다. 그는 이 숫자들을 찬찬히 보면서 마틴이 어디 실수한 데 없나 알아보고 싶어했다. 이것은 마틴에 대한 반감 때문이 아니라 탐구심 때문이었다. 포브스는 지적인 논쟁을 좋아했으며 아디슨의 욕설 섞인 말에는 따분해 했다.

아디슨이 다시 물었다. “그래서 요지가 뭐야? 아인슈타인이냐.”

마틴이 설명했다.

“아. 어제는 14분 낭비했고, 수요일에는 9분, 화요일에는 12분, 월요일에는 8분을 낭비했어. 이번 주에만 거의 한 시간이야. 너희들한테도 주의를 주자면, 이번 주는 좋은 주였어. 보통은 30분에 더 가깝거든. 나는 학기말까지 하루를 낭비할 수 있을지 알아볼려구. 가능한 게, 이번 주만 해도 전체 시간이 더 늘어났고, 7월에는 오후 수업 전체를 학교간 체육 대회 때문에 빠지게 돼. 쉽지.”

아디슨이 말했다.

“돈을 건대도 그럴 수 없을걸.”

홉킨스가 바로 끼어들었다.

“얼마를?”

조그만 두 눈을 위조 동전처럼 흐릿하게 빛내며 아디슨이 말했다.

“판돈을 걸자. 우리 모두 조금씩 내자.”

그러나 포브스는 항상 현실적인 아이였으므로 아디슨이 제안하는 어떤 것도 믿지 못했다. 포브스는 아디슨과 같은 초등학교를 다녔는데 아디슨은 그때 최종 학기말 래플 복권에서 포브스에게 빌린 10펜스를 아직도 갚지 않았다.

그 10펜스를 기억하고 있던 아디슨은 두 학기가 지난 지금도 언젠가 두 배로 따느냐 돈을 전부 잃느냐 하는 승부수를 쓰도록 포브스를 유도할 수 있길 바라고 있었다.

“크루즈선에서 내기하는 것처럼 해 보자. 배에 탄 사람들은 배가 하루에 얼마나 나아가는지 내기를 걸어서 제일 가깝게 맞추는 사람이 돈을 가져가잖아. 자, 우리 모두 한 가지 시간을 정하자. 그리고 제일 가까운 사람이 몽땅 다 갖는 거야.”

홉킨스가 제안했다.

“학기말까지는 몇 달이나 남았잖아. 1주일만으로 해 보자. 다음 주에 49분 낭비한다는 데 난15p 건다.”

포브스는 “40분에 10p 건다.”고 말했고 트라일은 “30분에 30p 건다”고 했다.

“잠깐만. 이거 제대로 한번 해 보자. 베노, 너 언제부터 기록하고 있었어?” 아디슨이 말했다.

“학기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4주 동안 했어.” 마틴이 말했다.

아디슨은 사무적인 태도로 “그럼 한번 표를 보고 연구해 볼까. 2시간 내내 수학 시간이라니 무리네.”하고 말했다.

포브스는 “너는 뭐든지 무리잖아.”하고 아디슨이 못듣게 말했다.

마틴은 금전 출납부를 건네면서도 자신만의 조사가 갑작스레 공공의 것이 되는 것에 반쯤 불안해지고 있었다. 게다가 아디슨의 손에 들어가다니.

아디슨은 나름대로 너그럽게 말했다.

“베노가 표를 정리하면 돼. 베노 아이디어니까. 그렇지만 베노는 돈을 걸 수 없어.”

“왜 안되는데?” 이렇게 말한 마틴은 반항적으로 보이고 싶진 않았지만 내심 조금은 안도하고 있었다. 왜냐면 마지막 시간 낭비의 주제가 도박 금지라는 것이 마침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너가 조작할 것 같아서.”

“조작 안할걸.”

“야, 이거 제대로 할 꺼야 말 꺼야?”

어떤 것이든지 제대로 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아디슨이 말했다.

“마틴이 공식 시간 지킴이를 하고, 포브시는 각 수업마다 끝에 점검하면 되겠다. 괜찮지, 포브시?”

포브스에게는 스톱워치가 있었다.

포브스는 입 한쪽으로 말했다. “좋아, 두목.”

아디슨은 뽐내는 봄 비둘기처럼 자랑스레 부풀어 올랐다. 그가 마틴에게 말했다.

“그 목록 다 만들었어 베노?”

마틴은 홀란드 선생님 책상에서 가져온 파일 종이 한 장 위에 이름들을 받아 쓰고 있었다. 끝이 나자 그 자신과 포브스만 빼고 학급의 모든 아이들 이름이 다 쓰여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져드도 빼고. 져드는 전문으로 결석하는 애였다. 그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마침내 마틴이 말했다.

“자, 끝났어. 모두 다 쓴 거야. 이제 옆에 얼마 걸 건지 쓰기만 하면 돼. 펜은 각자 가져와.”

마침 트라일이 마틴의 펜을 쓰려고 해서 한 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라일은 마틴의 펜을 가져가 ‘30분에 30펜스’라고 쓰려 했는데, 아디슨이 큰 손으로 트레일을 가만히 막으면서 말했다.

“가만. 우리 모두 같은 액수를 걸어보자. 그럼 더 공정할 거 아니야.”

럭허스트가 반박했다.

“도박이 공정할 순 없잖아.”

아디슨이 받았다.

“맞아, 하지만 이렇게 하면 덜 공정하잖아. 무슨 뜻이냐면, 한 사람이 2펜스를 내고 다 가져갈 수 있단 말이야.”

포브스가 반응했다. “좋아, 우리 모두 2펜스 걸자.”

“에게~ 2곱하기 27이 뭐지, 54펜스지.”

“지금까지 복잡하게 계산해 놨는데 고작 54펜스 갖고? 나는 1파운드 내려그랬어.”

아디슨이 꼭 유격 훈련을 하듯이 이렇게 말했다.

“1파운드라고?”

“한 번에 끝내보려고.” 아디슨은 온통 빛을 발하며 말보다 행동이라고, 책상 위에 1파운드 지폐를 한 장 펼쳐 놓았다. 다른 학생들이 부러운 눈길을 보내오자 아디슨은 조금 우쭐하더니 말했다.

“좋아 신사들. 자네들의 돈은 어떤 색깔인가?”

홉킨스가 말했다.

“난 1파운드 없어. 15펜스 걸꺼야. 그거밖에 없으니까.”

“50펜스로 해봐.”

아디슨이 재차 말했다.

“15펜스밖에 없대두.” 홉킨즈가 다시 말했고 그러자 아디슨이 말했다.

“다음주 까지는 50펜스 있을 거잖아. 우리 모두 용돈 있잖아? 그리고 이렇게 하는 게 더 안전해. 선생님이 도박 얘기 하는 거 못 들었냐. 몇 분에 걸었는지 기억해 놓으면 다음 주가 오기 전까지 다 낼 필요 없어. 그렇게 하면 홉포가 50펜스 걸을 수도 있고 돈이 오가지도 않고. 그러면 선생님이 우리를 잡아내지도 못하지. 이기는 사람은 방과 후에 돈을 찾으면 되겠지. 다음 주 금요일 16시에 125번 버스 정류장에서 만나면 돼. 선생님들 중에 125번 타는 사람이 없으니까.”

“50이면 액수가 너무 큰데.”

트라일이 말했다.

자기 1파운드 지폐를 재빨리 치우면서 아디슨이 이렇게 말했다.

“야, 그래도 이겼을 때를 생각해 봐. 자, 시간을 기록해보자. 트라일이 펜 갖고 있으니 트라일이 먼저 기록해.”

포브스가 문제를 제기했다.

“그럼 똑같이 나오면 어떡하지? 낭비되는 시간과 절약하는 시간이 똑같다면?”

이에 아디슨이 말했다.

“이긴 사람이 없는 거지. 다르게 될 가능성은 없는 거지, 베노? 절약하는 일은 한번도 없는 거지?”

“지금까지 보면 그렇지.”

“좋아.”

모두 다 시간을 적자 아디슨이 이렇게 말했다.

“그럼 나는 다음 주에 15분을 절약할 거라는 데 건다.”

“절약? 그렇지만 그런 일은..”

“위험하게 사는 거지.”

라고 아디슨이 말했다.

홉킨즈가 미심쩍게 말했다.

“너, 우리가 모르는 것이라도 아는 거냐?”

“나는 불리한 상황을 좋아하거든. 또 그만둘 사람?”

아디슨의 말에 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저 뒤에서 누군가 중얼거렸다.

“자기 걸 뺀대도 13파운드 얻을 수 있는 거네.”

존스 선생님이 문틈으로 들여다보며 노려보았다. 존스 선생님이 체육 시간에 경기를 마치고 온 피부에 털이 보였다. 11번 버스를 타고 온 아이들을 탈탈 털다 온 것 같았다.

“너네 여기서 뭐하는 거냐? 30분 안에 밖으로 나오지 않으면 월요일 점심 시간에 30분 간 너희를 잡아둘 거다.”

그렇게 하면 시작도 하기 전에 아디슨이 반 시간 타게 될 것이다. 자기 베팅 슬립을 얼른 보아둔 마틴과 모두들은 흩어졌다. 아디슨 덕분에 13.50파운드가 걸린 내기가 되었다.

아디슨은 뭘 하려는 걸까?

 

2

월요일은 희망차게 시작되었다. 조회 시간이 길어져서 리버 선생님의 지리 시간이 10분 늦어졌던 것이다. 마틴과 포브스는 교실 너머로 서로 미소 지었으며 서로 맞춰 두었던 손목시계를 보며 비밀 건배를 들었다.

그러나 마틴이 지적한 적이 있듯 리버 선생님은 수업을 언제나 늦게 끝내는 버릇이 있었으며, 바로 다음 알라드 선생님의 수업에서도 손상되기 쉬운 장치들이 가득한 실험실에서 물리를 공부했다.

그 실험실 수업에서 아디슨은 도자기 가게의 수소처럼 뛰어놀고 있었다. 마틴 생각엔 앞줄에 앉아야 하는 학생은 고무 도마뱀으로 공성 엔진을 만들거나 퍼스펙스 자를 갖고 총처럼 쐈을 때 그 자가 반 토막 나게 하지는 말아야 했다. 그러나저러나 아디슨은 알라드 선생님이 실험장치를 치우라고 말하는 것과 동시에 도마뱀을 풀어주었고 유리를 다 치웠을 때 베팅수치는 원래 10분에서 5분으로 줄어 있었다.

그리고 나서 역사 시간에 트라일은 웃기는 질문을 했고, 역사를 가르치는 게이츠 선생님은 친절하게 종소리가 울리고도 2분 동안이나 질문에 대답했다. 이 때 마틴은 아디슨에게는 떠오르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는 생각을 했다. 최대한 많은 수업 시간의 끝에 최대한 가능한 많은 웃긴 질문을 한다면 귀중한 시간이 절약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마틴의 의심은 아디슨이 불어 시간에 대단히 웃긴 질문을 했을 때 시작되었다. 아디슨은 이 질문을 실제로 불어로 했고, 불어 선생님은 아디슨이 “화장실 좀 다녀와도 될까요?” 말고 다른 질문을 불어로 한 것에 기뻐서 불어로 대답했고, 이에 꼼지락꼼지락 학급 전체는 문 위에 달린 벽시계를 일부러 쳐다보았다. 포브스는 완전 흥분해 손을 들었다.

“무슈, 시간 좀 보세요, 실부쁠레(불어로 please)?”

“포브스, 말 좀 그만해라”

불어 선생님이 고마움 없이 말했다.

오후 쉬는 시간에 아디슨에게 누군가 말을 꺼냈을 만도 했겠으나, 아디슨은 최소한 두 교사들과 긴급히 만날 약속이 있어서 산수 시간이 처음 시작할 때까지 교실에 나타나지 않았다. 반 시간쯤 지나자 올본이 메시지 종이를 들고 1x반 교실에 나타났다.

홀란드 선생님은 종이를 받으며 말했다.

“땀에 젖은 메시지가 또 하나 왔군. 1x반 긴장해라. 이건 너희들 얘기네. 교장 선생님이 보시기에 중앙 계단에서 자꾸 부딪침이 있는 것 같다고 하신다. 같은 쪽으로 올라가고 내려가려는 아이들 때문이라고 하네. 교장 선생님은 우리가 오른쪽으로 올라가서 왼쪽으로 내려오면 감사하겠다 하신다. 그게 다군. 올본 고맙다. 이제 가져가도 된다.”

마틴이 30초라고 쓰려 할 때 홉킨스가 손을 번쩍 들었다.

“선생님! 교장 선생님이 하신 말씀은 말도 안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말이 될 걸, 홉킨즈. 지금 너가 당장 교장 선생님께 가서 ‘선생님 말씀은 말도 안돼요.’라고 말해 볼래?”

“하지만 선생님,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내려올 때도 오른쪽으로 내려가야죠. 그렇지 않으면 반대쪽으로 올라오는 자기 자신과 부닥치지 않을까요?”

“홉킨즈, 더 잘 설명해 주지 않겠니. 내가 보기는 무슨 물리학 같다.”

홉킨즈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홀란드 선생님한테 다가갔다. 위로 올라가는 것을 의미하기 위해 말이 발을 높이 들며 나아가는 몸짓을 하며 홉킨즈가 말했다. “선생님, 이렇게 오른쪽으로 올라가고, 그 다음에 한 바퀴 돌면, 올라온 쪽이 왼쪽이 되기 때문에-“

홉킨즈는 몸을 돌려서 무릎을 사용하며 다시 계속 동작을 취했다.

“내려올 때도 오른쪽으로 내려가야죠, 왜냐하면 올라올 때는 왼쪽이 오른쪽이 되니까요.”

홉킨즈는 잘난 척 한 다리에 의지해 돌고서 미끄러졌고, 논리적 사고를 대표해 고난받는 사람의 목소리로 책상 아래서 애처롭게 말했다.

“말이 안되죠.”

홀란드 선생님이 동의했다.

“내 생각에 홉킨즈 말이 말이 되는 것 같다. 이론이 현실이 된다면 오늘 오후에 아수라장이 될 거라 기대된다. 그 때 아마도 나도 계단참에서 보고 있을 것 같다. 그러니까 1x반은 내 충고하는데, 1층에만 있어라.”

마틴은 포브스에게 눈짓을 했고, 포브스는 다섯 손가락을 올리고, 그 다음엔 일곱 손가락을 쳐든 다음에 손가락들을 살짝 움직였다. 마틴은 5분 7초를 써넣었다.

산수 시간은 홀란드 선생님이 주재하는 연속 두 기간의 수업이었으므로, 아디슨이 4시 전까지 홉킨즈보다 더 나은 아이디어를 뽐내지 않으면, 시간에 대해서는 별탈없을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종이 울리자 아디슨은 또 하나 웃기는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이 제기했다.

“선생님, 둔각은 왜 둔각인가요?”

홀란드 선생님은 문 손잡이를 잡고 있다가 답해 주었다.

“아디슨 너처럼 둔하니까 그렇지.”

아디슨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선생님, 예각은 왜 예각인가요?”

“아디슨, 나는 관심없다네. 너도 그렇고. 좋은 오후 되어라들.”

홀란드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고 종소리가 멈추기 전에 기어코 교실을 나가 버렸다.

7분 이상이 낭비된 상태로 가고 있었다.

 

화요일 조회시간도 길어졌다. 교장 선생님이 사람들이 스스로 생각해 보지 않고 무턱대고 명령을 듣기만 할 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자세히 설명해 주셨기 때문이다. 교장 선생님은 한 시를 낭송했다.

‘“앞장서라, 경기병대!”

누군가 곤란에 마주쳤는가?

군인은 누군가가 실수했다는 걸

알고 있다 해도

말대답하지 않고

이유를 묻지 않고

행동하고 죽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600명이

죽음의 골짜기로 들어섰다.“

교장 선생님이 말했다.

“그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겠습니까 여러분? 산산조각 난 거죠.”

교장 선생님이 오른쪽으로 올라가고 왼쪽으로 내려가는 것에 대한 얘기를 하신다는 걸 다들 깨닫는데는 얼마간의 시간이 걸렸다. 홉킨즈가 하도 신이 나서 깡충대며, 승리한 복싱 선수처럼 자기 자신에게 악수를 청해서, 홀란드 선생님은 홉킨즈를 내보내서 그에게 로스만스(? Rothmans) 한 팩을 던지고 나중에 기사답지 못하게도 그걸 도로 달라고 했다.

이 때문에 8분이 낭비되는 시작이 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수업이 연속되면서 아디슨에게 꾸준히 방해를 받았다. 아디슨은 각 수업 시간 끝마다 퀴즈 프로의 진행자처럼 시간을 갉아먹는 질문들을 던졌다. 아디슨의 새로운 지식욕은 아무것도 모르는 선생님들에게 호의적인 반응을 받았다. 홀란드 선생님만이 아디슨에게 입을 다물라고 말했다. 이것은 아디슨이 실수로 뭔가 배우는 게 있어서 침대에 누운 환자처럼 회복해 버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홀란드 선생님이 결근한 다른 선생님을 대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아디슨에게는 운 없는 일이었다. 이번엔 1x반의 숙제 확인 시간이었다.

홀란드 선생님이 말했다.

“아디슨, 배우는 것 얘기를 하자면, 너도 이젠 글쓰기를 배워야 하지 않겠니?”

아디슨은 최소한 배울 준비는 갖췄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저 글 써요.”라고 말하며 펜을 공중에서 흔들다가 트라일의 눈과 눈 사이에 공중 잉크 미사일을 맞췄다.

홀란드 선생님이 말했다.

“왜 그 얘기를 했냐면 바로 지금 너의 산수 숙제장이 곱게 펼쳐져 있는 걸 발견했기 때문이야. 혹시 발로 썼니?”

“손으로요, 선생님.”

아디슨이 말했다.

홀란드 선생님이 말했다.

“다음번에는 발을 써보면 어떻겠니? 펜을 좀 잘 잡도록. 아디슨 항의할 필요는 없다. 종이 곧 칠 것이고 너희 모두를 내가 억류할 순 없잖겠니. 자 알라드 선생님께 가라.”

마틴은 현금 출납부를 손대지 않고 치우고 난 다음 알라드 선생님이 있는 실험실로 다른 아이들과 함께 갔다. 알라드 선생님이 평소대로라면 시간이 덜 낭비되었겠으나, 포브스가 그들을 구해 주었다. 포브스는 알라드 선생님이 말레이 반도에서 군 생활 한 이야기를 10분 동안이나 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모두 알라드 선생님이 말레이 반도를 화학 과목보다 선호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너희들은 말레이 반도에 비교하면 껌이었지.”

알라드 선생님은 이러면서 말레이의 처절한 열대 기후에서 게릴라 부대가 정글을 설치고 다니던, 아디슨은 누구의 생각 속에조차 없었던 그 좋던 날들을 행복하게 이야기했다.

“저 생각 되었거든요” 하고 기분 상한 아디슨이 말했다.

“아디슨, 나는 아디슨 네가 계획대로 태어난 게 아니라고 믿고 싶다. 만약 그런 계획이 있었대두, 그건 아마 전략적 오류였을 거다. 자 모두들 교과서를 펴자.”

 

게이츠 선생님은 오소리를 쫓아가는 닥스훈트 개처럼 자료 캐비닛 속을 바닥까지 뒤지며 말했다.

“이거 흥미로운데. 백묵이 없네. 막대도 없고 토막도 없고 한 푼도 없어. 여기 백묵 담당자가 누구냐?”

럭허스트가 말했다. “접니다, 선생님.”

“그럼 백묵이 어디 있지 럭허스트?”

“지난 주에는 반 상자가 남았어요. 리버 선생님 수업에 몇 개 빌려드렸기 때문에 기억합니다.”

“지금은 텅텅 비어 있네. 빨리 어디 가서 빌려오너라. 어서어서.”

럭허스트는 책상과 원통형 더플백들이 발에 채이는 비스듬한 경로로 교실을 나가면서 급히 나가고 있는 인상을 주며 아주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게이츠 선생님은 새로 온 선생님이라 다른 교사들보다 잘 믿는 경향이 있었지만, 럭허스트에게 속을 정도로 만만하지는 않았다. 선생님이 한 마디 했다.

“문에 머리를 끼워 보지 그러냐, 더 그럴듯하게. 좋아 여러분, 여러분은 교과서의 해당 장을 다 읽고 있어라.”

홉킨즈가 손을 들었다.

“선생님, 반은 비었다는 말과 반이 찼다는 말이랑 무슨 차이가 있나요?”

게이츠 선생님이 답했다.

“얼마나 차 있으면 좋을까 하느냐에 달렸지. 위스키 반 병이면 반이 차 있는 것이고, 김빠진 맥주면 반은 빈 거고.”

다들 술 이야기에 “워허허!” 했다.

뒤에서 누가 말했다.

“그럼 분필 한 상자는 뭔가요?”

게이츠 선생님이 답했다.

“분필을 얼마나 간절히 원하느냐에 달렸지.”

이때 럭허스트가 문을 열고 머리를 들이밀었다.

“리버 선생님도 없다셔요 선생님. 리버 선생님도 우리 반에 빌릴려고 누구를 보내려고 하셨대요.”

“그래? 그럼 다른 데 가서 물어봐봐, 럭허스트. 너의 유명한 뇌를 써 봐.”

“유명한 뇌는 저는 아니에요.”

“그래? 그럼 뇌 대용으로 뭔가를 사용해서 제발 분필을 찾아와라. 벌써 5분이나 지났어.”

포브스가 자기도 모르게 말했다. “4분 19초.”

“정말? 내 수업 시간을 재고 있니 포브스?”

“지금 바로 시계를 보니까 그렇습니다 선생님.”

이렇게 말하는 포브스지만 사실은 수업 시간 처음부터 시계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이 4분19초는 럭허스트가 미술실에서 3센치미터짜리 핑크색 파스텔 크레용을 빌려서 돌아오기 전까지 6분2초로 늘어났다.

“아주 예쁘구나. 정녕 이것이 네가 빌릴 수 있는 전부란 말인가?”

게이츠 선생님이 말했다.

“네 그렇습니다 선생님.”

럭허스트가 이렇게 말하는 건 사실을 말하는 것임을 다른 사람들도 알 수 있었다. 럭허스트는 명백히 화가 나서 이성을 잃고 있었다.

“이 층에는 분필이 하나도 없어요. 다들 여기저기 서로 빌리러 다니고 있어요. 그리고 화이트만 선생님은 저 말고 다른 누가 미술실에 분필을 빌리러 오면 콧속에 쑤셔박아 주겠다고 그랬어요.”

오후 출석 부르는 시간까지 분필 얘기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1x반은 선생님 책상 앞에 앉아서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대는 홀란드 선생님을 마주했다.

“아디슨, 에인슬리, 빌, 베도우스, 베넷, 챞맨, 크로우, 포브스, 홉킨즈 – 그래 너 홉킨즈. 분필 먼지가 재킷에 가득하구나. 뭐 한 거니?”

홉킨즈는 눈을 크게 뜨며 이렇게 말했다.

“칠판에 기댔나봐요.”

“그랬니, 홉킨즈? 네 옷에 분필이 묻어 있다는 것이 오늘 오전 쉬는 시간 이후에 우리 교실을 포함한 일곱 교실에 분필이 없었다는 것과 어떤 관계도 없다는 거지? 응?”

홉킨즈는 얼굴도 빨개지지 않고 말했다.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 반은 분필 있어요. 선생님 책상 서랍 속에요.”

홀란드 선생님이 다시 말했다.

“게이츠 선생님이 오늘 아침에 여기와 비품 캐비닛 어디서도 분필을 못 찾았다는데?”

트라일이 중얼댔다.

“선생님이 못찾으신 거겠죠.”

“다른 선생님들도 다 못봤단다. 홉킨즈, 너가 웃기는 게임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다시 생각해 봐라. 내가 너를 지켜보겠다. 알았지? 복사용지도 없어질라. 지금 여기 보니 새 팩이 하나 있구나. 분명히 봤다. 휴즈, 잭슨, 제퍼슨, 존슨, 져드… 이번 학기에 져드 본 사람?”

“죽었나봐요.”

포브스가 도움이 되기 위해 말했다. 출석부는 반이나 남았는데 종은 7초 있으면 울릴 예정이었다.

“그런 것 같진 않은데. 그냥 죽은 척 하는 거겠지. 내가 듣기로 토요일에 낚시가고 있단다. 럭허스트, 린치, 만켈로우…”

 

마틴은 자기 생물 서류철로 앞을 가리며 홉킨즈에게 쉭쉭 야유했다.

“이봐 홉포, 너가 그렇게 자극하면 아디슨도 자극받는단 말이야. 괜히 손댈 필요 없잖아. 우리는 언제나 모으는 시간보다 낭비하는 시간이 많아. 아디슨이 이길 일은 없어.”

“직접 물어봐라. 그리고 나는 우리 모두를 위해 행동하고 있는 거야. 나뿐만이 아니라.”

벤치 저편에서 포브스가 듣고 야유했다.

“성자 홉포. 넌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 거잖아? 너가 수업 시간에 계속 망치면 아디슨도 화를 낼 거야. 걘 아주 끔찍한 일을 해서 우리 모두 벌 받을 거라고. 오늘 오전에도 거의 벌받을 뻔했는데 그건 아디슨이 아니라 네 잘못이잖아?”

존스 선생님이 음악적인 웨일즈 억양 목소리로 말하며 나타났다.

“수다는 그만하자 얘들아. 안 그러면 너희들의 머리를 서로 부딪쳐 주겠다.”

마틴은 다음과 같은 쪽지를 써서 홉킨즈에게 밀었다.

“분필을 모두 훔칠 필요는 없었잖아?”

홉킨즈가 답으로 쪽지를 보내왔다. “내가 안 그랬으면 6분27초가 되지 않고 4분19초에 머물렀을 거야.”

마틴이 쪽지에 “펠링액은 어쩌고?”라고 써서 다시 보냈다.

존스 선생님이 “베넷 뭐 하는 거냐?”하고 물어왔다.

마틴은 아주 예의바르게 “낙서하고 있었어요, 죄송합니다 선생님.”하고 대답했다.

존스 선생님은 실험실 안에서는 조용하고 예의바른 편이었으나 축구장에서는 가히 미치광이였으며, 학생들은 그가 생물 시간 중에 졸지에 축구선수로 나타나 기구와 장치가 가득한 벤치의 품으로 뛰어들거나, 식초에 절인 토끼를 갖고 드롭킥을 연습하지나 않을지 판단 내리기 힘들었다.

존스 선생님이 “낙서는 도표에다 해라, 베넷.”라고 말했다. 존스 선생님은 애들이 자꾸 그에게 질문을 했기 때문에 혼비백산하고 있었다. 존스 선생님 사모님과 쌍둥이들의 건강까지 물어오는 학생도 있었다. 1x반은 존스 선생님이 생물학을 가르쳤기 때문에 성공적으로 쌍둥이를 낳을 수 있었다고 희미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교원들 중에는 쌍둥이 자녀가 있는 사람이 없는 것은 물론, 결혼 한 사람 자체가 별로 없었다.

‘아디슨, 그 방광 가만히 놔두지 않으면 네 팔을 뽑아서 때려주겠다.”

“선생님, 침으로 삼투를 하면 어떻게 되는지 궁금했을 뿐이에요.” 아디슨이 말했다.

존스 선생님은 위협을 띤 켈트족의 시선을 드리우며 아디슨에게 성큼 다가갔다.

홉킨즈가 말했다.

“존스 선생님이 하는 말은 시시한 말에 불과해. 우리 팔을 뽑거나 우리 머리를 발로 차겠다고 하지만 한번도 지키지 않아. 한번은 “계란 덮개”로 쓰게 제 귀를 사용하겠다고 말한 적도 있어.”

포브스가 말했다.

“저 선생님은 정신병원에 다니게 될 거야. 그런 걸 다 억누르고 살다보면. 언젠가 미쳐서 누군가를 반으로 잘라 버릴 거야.”

홉킨즈가 다시 말했다.

“선생님의 손을 잘 봐. 광기의 두 번째 지표는 손바닥에 털이 나는 거래.”

포브스는 수염이 나지 않은 자신의 회색 손바닥을 살펴보며 “첫번째 지표는 뭔데?”하고 물었다.

홉킨즈가 능글맞게 웃으며 말하길 “털을 찾는 게 첫 단계지”

포브스가 심술궂게 말했다. “선생님이 누군가를 반토막 낸다면 그건 너여야 해. 사실을 말하자면 너일 가능성이 높아.”

존스 선생님은 네 시가 거의 다 된 것을 기쁘게 주시하며 생각 없이 말했다. “만일 시작이나 했다면 도표 그리는 것을 마치고, 93쪽 7번부터 16번까지에 답을 적어 오도록. 질문 있나?”

아디슨의 손이 올라갔다. 존스 선생님은 스스로에게 이 바보, 하고 말했다.

아디슨이 우쭐해서 말했다. “1번부터 6번까지는 왜 안하나요, 선생님? 저는 1번부터 6번까지 하고 싶은데요.”

“그럴 수 있겠지만, 1번부터 6번까지는 점수를 매기고 싶지 않다. 숙제는 전처럼 금요일 오전에 제출하면 된다. 교재를 치워라. 종 쳤다. 줄 서.”

아디슨의 목소리가 다시 다가왔다.

“선생님 난소가 뭐예요?”

“뭐가 뭐라고?”

“난소요, 선생님. 교재를 덮다 보니 색인에 그 단어가 보여서요.”

존스 선생님은 열병에 걸린 사람처럼 말했다.

“그건 삼투와는 관계 없다. 그리고 어느 사전에나 찾아보면 나올거야.”

존스 선생님이 탈 버스는 4시 5분에 왔다.

아디슨이 이어서 말을 했다.

“저는 그 단어가 크리켓과 관계가 있나보다고 생각했어요. 생물학 교과서에 그게 왜 있나 했어요.선생님, 디 오벌(The Oval)이요. 크리켓 경기장이잖아요. 그리고 오버스(overs)요…득점 오버요(maiden overs).”

아디슨은 바야흐로 과잉을 넘어서고 있었다.

존스 선생님은 덫에 걸린 기분이었다. 다음 버스는 5시 10분 전에 도착했지만, 질문에 답을 안 할 수가 없었다.

“디 오벌은 달걀 모양이기 때문에 오벌(oval)이라고 부르는 거다. 오붐(Ovum)은 라틴어로 알이다. 줄 서 아디슨.”

“하지만 난소가 뭐냐구요.”

아디슨이 끈질기게 물었다. 마틴과 포브스는 자기들의 시계들 너머로 침울한 눈길을 주고받았다.

존스 선생님이 말했다.

“알이 만들어지는 장소지.”

“아하! 공장식 양계장 닭이요!”

아디슨이 말했다. 홉킨즈는 개입하기로 결정했다. 먼저 운 없는 존스 선생님께 두려움과 연대를 담은 눈짓을 했다.

“제가 이해할 수 있게 아디슨에게 잘 말할게요.”

홉킨즈는 이 말을 하며 상상 속의 목덜미를 비틀었다.

존스 선생님은 “고맙다, 홉킨즈, 얘들아 너희는 교실을 나가도 된다.” 하며 문 앞에 가장 첫번째로 줄을 섰다.

모두 아디슨을 휩싸면서 홉킨즈가 아디슨에게 말했다.

“또 헛수고했지 너.”

아디슨이 쏘아붙였다. “그 펠링 용액병은 누가 떨어뜨렸는데? 그건 사고가 아니었지? 흥”

마틴은 자전거 주차장에 포브스와 함께 가서 서로 기록을 비교해 봤다.

포브스는 “홉포가 그 병을 일부러 떨어뜨린 것 같아?” 하고 마틴에게 물었다.

“아니. 만약 그랬다면 얼간이였겠지. 우리 모두 펄쩍 뛰었던 3초간을 빼면 그렇게 해서 우리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거든. 3초를 기록할 순 없지. 그리고 홉킨즈 혼자 치워야 했어.”

“지금까지 스코어는 어떻게 돼?”

“오늘은 이십일 분인데 나쁘지는 않아 – 사실은 환상적이야 – 그런데 11분이 절약됐어. 끔찍하지. 어쩌면 그 3초를 세어야 될래나봐.”

“아디슨이 별난 질문을 하는 게 문제야. 문제는 그 질문들이 하나만 있으면 일이분 정도 걸리는데 다 합한다면….”

마틴이 비통하게 말했다.

“선생님들을 방해하려고 할 줄은 몰랐지. ‘저요 선생님, 네 선생님, 아니오 선생님, 감사합니다 선생님, 세 주머니 꽉 찼어요 선생님.’ 토할 것 같아. 누가 벽돌로 아디슨을 방해했으면 좋겠다.”

포브스가 커멘트했다.

“홉포가 하는 걸 보면 거의 아디슨에 필적하지 않나 싶어. 그렇지만 문제는 너무 티가 나잖아. 내 생각에 홀란드 선생님은 이미 홉포를 수상하게 여기고 있어. 지금까지는 전체 얼마나 돼?”

마틴이 답했다.

“전체적으로 하면 23분 낭비되었어. 수요일 저녁으로 따진다면 거의 평균이지. 하지만 이 숫자들은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주지 않거든. 내 말은, 홉포 덕분에 다들 시간을 낭비하고 있지만, 더 따져 보면 아디슨 때문에 우리가 더 많이 절약하고 있기도 해.”

“그럼 누가 이기고 있는데?”

마틴이 답했다.

“둘 다 못 이기고 있어. 홉포는 49분 낭비하는 데 돈을 걸었지만, 선생님을 죽이거나 하지 않는 한 이기진 못할 거야.”

포브스가 이야기했다.

“맞아, 하지만 아디슨은 15분 절약할 것이라는 데 돈을 걸었어. 베노, 이거 말해 줄까. 아디슨은 자기만의 계획을 갖고 있는 거야”

마틴은 말했다.

“응,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하지만 아디슨과 홉포가 이런 식으로 계속하면 시간 절약과 낭비가 비겨서 아무도 이기지 못할 거야.”

포브스는 천천히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차라리 그게 더 나을지 몰라. 많이 절약하지 못할 거라는 애들은 아디슨을 지지하고 있고, 많이 절약할 거라는 애들은 홉포를 지지하고 있어. 홉포는 우리 모두를 위해 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아디슨은 자기만을 위해 그러고 있어. 내 말 믿어, 아디슨은 승리를 확신하고 있어.”

마틴이 심하게 우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금요일까지는 시간이 어떨 것 같아? 모든 수업 시간이 30분 남겨두고 늦어지고, 절대로 끝나지 않을 거야.”

포브스는 “학교에 불내야겠다.” 하고 말했다.

“그럴 필요 없어. 우리 반 애들 나머지가 우리한테 불을 놓을 거야. 특히 나. 나 때문에 시작된 거잖아.” 마틴이 말했다.

“내가 와서 불 꺼 줄게” 포브스가 위로하는 말투로 말했다. 마틴은 엷게 미소지으며 생각했다. 최소한 친구 하나는 생겼구나.

 

3

목요일 수업에 애들은 종유석(stalactites)과 석순(stalagmites)에 대해 배웠지만, 홉킨즈의 지난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다들 수업이 끝날 무렵에는 둘 사이의 차이를 알게 되었다.

“종유석은 천정에서 내려오고, 석순은 바닥에서 올라오지.”

리버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수업 종료 종이 울리기 시작하는 바로 그때 아디슨이 “전쟁포로 수용소들하고 관계가 있나요?”라고 물었다.

“절대 아냐!” 반 전체가 아디슨을 향해 마주 소리쳤다.

아디슨이 신뢰하는 눈길로 말했다. “선생님. 아시잖아요. 슈탈락 루프트(Stalag Luft; 슈탈락은 독일의 포로수용소였음)하고 슈탈락 마이트(Stalag Mite)라니,”

리버 선생님은 말했다. “좋은 아이디어지만 틀렸다. 아디슨, 너의 사전을 이리로 가져오면 설명해 줄게. 너희들 나머지는 수업 끝이다.”

홉킨즈가 교실을 나가면서 아디슨에게 고소한 물음을 던졌다.

“스스로 목을 긋는 기분이 어떠냐?”

점심 시간에 트라일이 “우리 스타콜라이트(stacolites)를 만들자.”하고 얘기했다. 럭허스트가 대꾸했다.

“종유석(stalactite)이야. 만들다니 무슨 소리야? 선생님이 수백만년인가 걸린다고 그랬잖아.”

트라일이 말했다. “이런 종류는 예외야.” 그러면서 트라일은 몇 분 안에 종유석을 만드는 방법을 정확히 보여주었다. 트라일과 럭허스트와 다른 한두 명은 점심 시간을 종이 반죽(papier mache) 만드는 데 활용했다.

럭허스트는 A4용지 한 장을 씹어서 걸쭉한 펄프로 만드는 것이 오래 걸리는 것을 발견하고 트라일에게 말했다. “너가 몇 분이면 될 거라고 하지 않았냐?” 럭허스트가 씹는 동안 트라일은 목공 수업에서 챙겨 온 동그랗게 말린 대팻밥을 주머니에 가득 채워와서 펄프 공들 속에박아 놓은 팽팽한 원통형을 넣어 완성하고 있었다. 다 만들자 아이들은 천장에 이 공들을 던져 평평하게 붙어 있게 했다. 아이들이 이러고 있을 때 마틴과 포브스가 교실에 들어왔다.

포브스는 반농담으로 “여봐라, 여봐라, 여봐라, 이게 다 무언가.”하고 말을 던졌다. “이게 누구 머리 위로 내려올 건데? 우리는 1교시에 여기 없어.”

럭허스트가 대답했다.

“없지. 5학년들이 여기서 반즈 선생님의 수업을 듣지.”

 

누군가 “어떻든지 트라일, 내려오지 않을 거지?” 라며 키득거렸다.

 

트라일도 마주 키득거렸다. “몽땅 내려오지는 않지. 포브시, 나무 대팻밥이 문제야. 풀리면서 내려오거든.”

럭허스트가 말했다. “종유석이야. 종이가 마르면서 내려오거든. 바로 반즈 선생님이 셰익스피어를 얘기하고 있을 때 말이야. 죽느냐 사느냐, 바로 그때 얘네들이 흔들리며 내려오거든. 정확히 말하면 흔들리다 말다 하면서 내려오지.” 럭허스트가 고쳐서 말했다.

포브스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

“너네들 제정신이니? 머리가 돌았어? 반즈 선생님이 저게 다 내려오는 걸 보면 무슨 일이 일어날 건지 아니? 선생님이 누가 붙여 놨는지를 알아챌 거라구.”

“그럼 어때서? 나는 우리가 그때 여기서 그 장면을 볼 수 있으면 좋겠는걸. 혹시 그 때 선생님이 나를 메시지 전달하러 이 교실로 보낼 수 있을까?”

마틴은 종유석들 주위에 젖은 부위가 번져가는 것을 보고서 이렇게 말했다.

“이걸 어떻게 하는지 누가 말해줬어?”

럭허스트가 “트라일이. 그랬지 트라일?”하고 답했다.

포브스가 맞받았다.

“아, 그랬어? 그럼 반즈 선생님이 뭘 할지 생각이나 해 봤니? 여기 서서 수를 세고 있을까? 선생님은 트라일 너를 잡아 죽일 듯이 굴 거라구. 알겠니 트라일?”

트라일이 따졌다. “누가 날 일러바칠 건데? 너하고 네 친구들?”

마틴이 맞받았다. “당연히 일러바칠 사람이 없지. 못 알아듣겠니? 선생님은 “누가 이랬어?” 이러실 거구 아무도 대답을 안 할거고 우리 모두는 깨끗이 치운 뒤에 방과 후에 남아야 할 거야. 일부러 학교 재산에 손상 입혔다는 명목으로! 제발 좀 성숙해져라 트라일. 너는 아디슨의 손에 놀아나는 거나 다름없어.”

“아.” 트라일이 말하며 아주 조용해졌다.

“뭐.”

트라일이 말을 이었다.

“아디슨이 나한테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줬거든.”

이 말에 포브스는 온 몸을 던져 머리를 책상에 쿡 박았다.

“상상이 간다.”

포브스는 양손 주먹으로 책상 뚜껑 위를 두드리며 신음했다.

“상상이 가. 트라일 너는 홉포보다도 못하다. 제정신이 아니야.. 박쥐머리.. 얼간이.. 말린 양파..” 포브스는 말을 잇지 못했다.

마틴은 자신도 모르게 포브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너라면 어서 뾰족한 대를 가져와서 저것들을 쿡쿡 찔러서 내릴 거야. 자 시간이 없어. 종이 울리기 전에 3분 밖에 안 남았어.”

럭허스트는 바로 창에 걸쳐 있는 창대를 가지러 갔다. 트라일이 덧붙였다.

“아디슨도 찔러 줘. 이쪽 귀에서 저쪽 귀로 스윽-”

포브스는 “홉포가 안 보아서 다행이다. 홉포가 봤다면 칠판을 어디 갔다놔서 만회했을지 몰라.”

종유석들은 홀란드 선생님이 오후 출석 확인을 하기 위해 도착하기 전에 내려졌다. 불행하게도 홀란드 선생님이 들어왔을 때 아이들은 그것들을 아디슨의 목덜미에 처넣고 있었다. 럭허스트는 창대로 종이를 처넣는 걸 돕고 있었다. 홀란드 선생님은 아무도 감히 거절하지 못할 목소리로 사려깊게 제안했다. 즉, 쉬는 시간에 반 전체가 교실에 앉아서 A4용지의 고의적인 낭비를 포함한 잘못을 반성하는 게 어떠냐는 것이었다. 선생님은 말했다.

“트라일 네가 학교에서 먹는 점심식사의 우울한 1인분을 보충하기 위해 삼켰다면, 나도 이해할 수 있겠다. 그러나 아디슨을 찜질하는(poulticing) 데 사용했다면 그건 쓸데없는 취미의 대항목에 들어간다. 너희 모두는 쉬는 시간에 이 교실로 돌아와라. 안다 공평하지 않단 걸 알지만 오늘 내가 공평하게 느끼고 있지 않다. 위로가 된다면, 특히 홉킨즈 내가 아직 잊지 않고 있는 것 알겠지? 너희들의 그 분필 강도 사건의 부산물이라고 생각해도 되겠다. 너희들 다들 빠짐없이 나와서 내가 지금보다도 공평성과 멀어지게 하지 마라. 출석 부른다. 아디슨, 에인즐리, 빌, 베도우스, 베넷...”

포브스가 속삭였다. “더 나빴을 수도 있어. 종유석이 천장에 있었다면 선생님은 우리를 방과 후에 남게 하거나 그럴 수도 있었어. 오늘 목록은 어때?”

“위태롭네.” 마틴이 말했다. 오후 수업 끝무렵에서야 정확히 얼마나 위태로운지가 알려졌다. 생각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그들은 8분을 낭비하고15분을 절약했다. 그 주 전체의 수치는 16분 낭비였다. 아이들은 이제 하루 남았는데 아디슨의 트럼프 카드가 남아 있을 거라 확신했다.

 

지난 9월 홀란드 선생님이 홉킨즈를 더 잘 알기 전이었는데, 홀란드 선생님은 홉킨즈에게 과제물을 모으는 책임을 맡겼다. 1x반이 조회하러 갈 준비를 할 때 홉킨즈는 불어와 생물 시간에 걷은 공책 두 무더기를 모아서 휘청거리며 위층 교무실 바깥에 있는 책꽂이 위에 놓기 위해 향했다. 영어 시간이 시작하기 바로 전에 존스 선생님은 기적적으로 시간을 맞춰 머리를 교실 안으로 들이밀었다. 선생님은 자신 없이 말했다.

“반즈 선생님, 조금만 시간을 내 주실 수 있을까요?”

마틴은 포브스를 힐끗 보고 시계를 보기 시작했다.

“1x반의 생물 숙제를 못 찾겠는데 여기 누가 아는 사람 있을까요?”

아무도 몰랐다.

반즈 선생님이 물었다. “그럼, 교무실까지 갖다 놓은 사람이 누구지?”

홉킨즈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가 했어요. 조회시간 바로 전에 갖다 놓았어요.”

존스 선생님이 “지금 그 자리에 없는데.”하고 말했다.

반즈 선생님이 “한번 가서 봐.”하고 말했다.

트라일이 물었다.

“혹시 다른 선생님들 중 한 명이 실수로 가져가시지 않았을까요?”

존스 선생님이 말했다. “이미 물어 보았다. 어쨌건 생물 숙제를 갖고 가야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누가 가져가겠니?”

반즈 선생님이 말했다. “홉킨즈 어서 가봐.”

홉킨즈는 보러 갔다가 빈 손으로 돌아왔다. “없어요, 선생님.”

“없는지는 알아. 어디 있지?” 존스 선생님이 말했다. 그리고 아이들은 하이드씨가 지킬 박사를 대신해 나오듯이 축구 선수가 생물학자 대신에 조금씩 나타나는 것을 지켜보아야만 했다. 하지만 홉킨즈는 자기 입장을 고수했으며 존스 선생님이 패배해 후퇴하기 전까지 낭비 점수는 21분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쉬는 시간 종이 울릴 때 존스 선생님은 이 자리에 다시 와 있었다. 그는 작고 위험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샅샅이 찾아봤는데, 못 찾았다.” 이때 선생님은 홉킨즈를 보았다. “그 누군가가 공책이 어딨는지를 기억하기 전까지 아무도 교실을 못 나간다.” 존스 선생님은 문 쪽을 막아섰다.

1x반은 홉킨즈의 건망증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지 조용히 궁금해 하며 앉아 있었다. 홉킨즈가 실토하기 전까지 점수는 다시 16점으로 내려갔다.

홉킨즈는 깨진 목소리로 말했다. “선생님 방금 기억나는데요, 공책을 가져갈 때 책상 뚜껑 속에 있던 찬송가 책을 가져오러 다시 왔어요. 제 생각엔 제가- 제가-”

“제가 뭐?” 존스 선생님이 격려하듯 말했다.

“책상 속에 놔둔 것 같아요.” 홉킨즈는 말하며 책상 뚜껑을 열었고 생물 공책 29권과 불어 공책 29권이 홉킨즈의 죄책감이 가득한 손의 무게에 짓눌린 채로 가볍게 떨며 고개를 내밀었다.

존스 선생님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홉킨즈 너는 누구 말처럼 머리가 체 같은 게 아니고, 미확인 쓰레기 물질이 가득찬 스펀지 그릇이 너의 머리 대신에 있구나. 존스 선생님은 공책들로 석별의 강타를 홉킨즈의 스펀지 그릇에 쏘았다. 그리고 나가려다가 문가에 멈춰 섰다.

”비가 내리고 있고 멈추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쉬는 시간 뒷시간에는 체육 연습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대신에 체육관에서 농구를 할 것인데 너희들 모두 가서 지금 바로 옷 갈아입지 않으면 1초라도 늦더라도 너희 모두를 방과 후에 남도록 해 주겠다.“

존스 선생님은 떠났다. 점수는 13분으로 떨어졌다.

아이들도 떠났다. 탈의실 가는 길에 홉킨즈를 두들겨 패러.

트라일이 홉킨즈에게 소리질렀다.

”너 왜 그랬어? 너도 알잖아 네가 이기긴 틀렸다는 거.“

홉킨즈는 말했다. ”나는 럭허스트를 위해서 했어. 기억나지? 럭허스트는 17분을 걸었잖아. 그리고 거의 될 뻔했어. 존시 선생님이 너무 일찍 와서 그렇지. 쉬는 시간에 공책 갖다놓을려고 했어.“

럭허스트가 말했다. ”하나도 안 고맙다. 아디슨이 포기했다고 생각하니? 이 빌어먹을 돌림병환자야.“

홉킨즈가 말했다. ”누가 내 친군지 알게 되어서 기쁘군.“

쉬는 시간이 끝나자 모든 아이들이 체육복으로 갈아입었으나, 체육 시간이 시작했어도 체육관에서 기다리는 아이들은 없었다. 체육관으로 가는 길에 아디슨이 틀린 방향으로 깜빡 하고 오락가락하는 것이 관찰되었다. 아디슨이 시간에 맞춰 도착하지 않는 것을 막기 위해 여러 아이들이 아디슨에게 도착점을 일깨워주러 갔다. 그래서 아디슨뿐만 아니라 반 전체가 늦고 말았다.

존스 선생님이 말했다.

”이미 경고했다. 그리고 그 경고는 가짜가 아니었다. 오늘 너희들은 이래저래 내 시간을 충분히 낭비했다. 알겠지? 모두 한시까지 내 방에 대령하도록. 트라일, 포브스, 편먹어라.“

금요일 오후는 어느 주일지라도 이루 말할 수 없는 시간들이었다. 우선 오후 대수(algebra) 수업이 두 시간 연속으로 있었고, 뒤를 이어 기하(geometry) 수업도 두 시간이었다. 그래서 오후 수업 전체가 홀란드 선생님 담당이었다. 이번에는 존스 선생님의 방과 후 교실로 아디슨의 예측보다 점수가 2분밖에 높지 않게 되었다는 점을 알면서 반 전체가 교실에 앉아 있어야 했다. 아디슨이 이긴 것이었다. 포브스가 자기가 위협한 대로 학교에 불을 내지나 않는다면 홀란드 선생님이 있는 자리에서도 17분을 낭비할 수는 없었다. 홀란드 선생님은 반 모두를 격려하기 위에 간이 시험을 마련했다. “사랑스럽고 사랑스런 수학이여” 홀란드 선생님은 인쇄용지를 나눠주며 말했다. “그리고 시험을 볼 수 있는 사랑스럽고 사랑스런 인쇄용지여. 홉킨즈의 것 하나, 하나는 포브스, 그리고 트라일 – 시험지를 한꺼번에 집어삼키지 마라, 트라일.”

“선생님 너무해요.” 트라일이 중얼거렸다. “아아아아아악!”

“아이구야, 트라일 너의 불쌍한 머리를 내가 팔꿈치로 건드렸던가? 미안하구나.”

홀란드 선생님은 방 앞쪽으로 돌아가서 교사용 책상에 앉았다. 올본이 다시 들어와서 메시지를 전했다.

“시험을 멈출 필요는 없다 얘들아. 내가 외워서 너희들 시험 끝나면 다 들려줄게. 가져가라 올본.” 홀란드 선생님이 말했다.

마틴은 시험을 일찍 끝내고 책상 한쪽에 답안지를 놓은 다음 더 위급한 문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지난 한 주간 잃어버린 시간 목록들이 그 문제였다. 마틴은 확인하고 또 확인했지만, 낭비된 시간과 절약된 시간에 대해 각기 다른 합계를 만들 가능성은 없는 것 같았다. 거기에는 1x반이 공부 시간 17분을 절약했다는 증거가 차가운 잉크로 쓰여 있었으며, 4시가 되면 아디슨은 125번 버스 정류장에서 13파운드를 집어 가리라.

1교시가 끝나서 홀란드 선생님은 잠시 멈춤을 말한 다음 시험지를 모아 가져갔다.

홉킨즈는 아주 길고 깔끔한 메시지를 희망하며 홀란드 선생님께 물었다. “선생님, 메시지 내용은 뭐였나요?”

홀란드 선생님이 말했다. “월요일 관현악단 연습이 취소됐단다. 홉킨즈 너랑은 상관 없지?” 선생님은 돌아서서 칠판에 갓 잡아올린 생선 같은 불행의 증거를 입증하기 시작했다.

마틴은 흥미진진할 정도로 관심을 보이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그렇게 꾸미느라 수업이 끝날 때까지 자기가 무엇을 했는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마틴의 시험지가 아직 책상 위에 있었던 것이다. 즉 마틴은 시험지를 제출하는 대신 홀란드 선생님 코앞에 있는 시간 절약 목록을 냈다. 마틴은 누가 자기 배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자기가 찬물에 빠지고 또 가볍게 들끓고 터빈 속에서 옷처럼 건조된 것처럼 느꼈다. 그 시간 그때의 목록은 절약한 시간과 낭비된 시간을 보여주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뒤쪽에는 마틴, 포브스, 져드의 이름만 빼고 모든 반 아이들의 이름과, 그들이 건 시간 분량의 수가 기록되어 있었다.

증거물. 증거물 A.

웃기는 질문들과는 상관없이 수업 시간은 끝이 나고 마틴은 교사용 책상 옆으로 다가갔다.

“선생님?”

“베넷?”

“시험지를 잘못 낸 것 같아요, 선생님.”

홀란드 선생님이 말했다.

“정말 그렇구나, 베넷. 나도 지금 읽고 있었다. 설명 좀 해 줄래?”

 

마틴은 “선생님?”이라 대답하며 교실을 나가고 있는 반 아이들을 자신이 아픈 것처럼 돌아보았다. 아디슨은 우쭐해 보였고 홉킨즈의 얼굴은 연한 초록색이 되어 있었다.

“아닌 것 같구나. 그럼 내가 한번 맞춰 보자. 이것은 흥미로운 문서인데. 내 해석이 맞다면, 마틴 너는 이번 주 학교 나오는 시간에 낭비한 모든 시간의 양을 기록한 것 같네. 아주 공공심이 있구나. 이건 시간 동작 연구(time and motion study)라고 하지. 교장 선생님께 보여드릴 거니?”

마틴은 웅얼거렸다. “재미로 하는 것입니다 선생님.”

“그렇겠지. 그리고 두번째 세로단은 끝을 미루어서 종료하는 종이 울려도 수업을 아직 끝내지 않는 교사들 덕분이거나, 또는 학생 한 사람이 자백하지 않았다고 반 전체를 방과 후에 남겨두는 교사들 덕분에 만들어진 시간의 분량을 나타내는 것 같구나.”

“끝을 미룬다고요?”

시간이 절약되는 방법에 대해서는 표에 나와 있지 않았다. 마틴은 홀란드 선생님에 대해서 의구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사전 찾아봐. 내 생각에 이건 포브스가 지난 화요일에 화학 시간 말에 럭허스트에게, 알라드 선생님께 말라야 지방에 대해 물어보면 끝도 없는 정보가 솟아나온다고 말한 것과 아무 관계 없다는 건가?”

“관계 없습니다. 선생님.”

“물론 그렇겠지. 존스 선생님이 지난번 오전의 절반을 숙제장을 찾느라 할 수 없이 돌아다닌 것은 점심 시간에 너희 반을 방과 후에 두어야 했던 사실과도 관계 없는 거고?”

“관계 없습니다.”

“알았다. 우리 교사들도 우리가 이용당하고 있다고 생각하긴 싫다. 베넷, 교사들도 교무실에서 서로 얘기를 한단다. 가끔은 메모를 비교해 보기도 하고. 우리도 메모를 비교해 보았다. 돈이 오갔을 것 같기도 한데.”

”선생님?”

“그것도 좋아. 교감 선생님이 도박에 대해 뭐라고 했는지 알지. 하지만 돈이 걸려 있다고 가정해 보자. 신사분들 간의 설렘 같은 거지. 돈을 크게 쓰는 아디슨은 너희들보다 더 많이 거는 위치에 있다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네, 선생님.”

부인해도 소용없었다. 아디슨의 아빠는 이스트 켄트 전자 회사였다.

“그래서 너희들 나머지가 창피해서 판돈을 높이게 된 거고. 으흠. 베넷, 나는 바보가 아니란다. 귀도 잘 들리고, 알라드 선생도 농인은 아니란다. 자, 이렇게 가정해 보자. 몇 사람들이 몇 분이 낭비된다는 데 돈을 걸었지만, 아디슨은 오히려 많은 시간을 절약하는 데 돈을 걸었다는 거지. 그렇지? 자 한편, 홉킨즈는, 그 정반대에 돈을 걸었던 거지. 이것은 홉킨즈가 수요일에 분필을 잃어버린 것과 오늘 아침 공책이 58권 없어진 것과 관계있을 수 있겠구나. 합이 제로이면 어떻게 되지?”

“아무도 이기지 않습니다, 선생님.”

“그렇다 이거지.” 홀란드 선생님은 목록을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돈이 오간 적은 있니?”

“아니오, 선생님.” 마틴은 모처럼 진실을 말하게 되어 기뻤다.

“그런 일은 전혀 없었구. 베넷, 그냥 호기심으로 물어 보는 건데 그럼 지금 이 시점에 한 사람의 승자와 상금 사이에 17분이 걸려 있다는 거냐?”

“네, 선생님.”

“나는 상금이라고 말했는데, 베넷?”

“어, 자기가 옳다는 걸 아는 거요, 선생님.”

“베넷, 이 웃기는 상황을 멈추도록 하자. 너한테 다른 애들을 밀고하길 바랄 순 없지만, 너는 개인적으로 얼마 걸었니?”

“안 걸었어요, 선생님. 저는 물주거든요.”

“넌 참 별로인 물주구나, 베넷. 벽시계를 관찰하고 기록은 전혀 안 해야 진짜 물주지. 이제 신의 손길만이 너를 구해내겠구나, 베넷. 지진, 번개, 또는 학교가…”

“선생님?”

“아이고 저리 가라, 우울한 젊은이여. 나중에 보자구.”

홀란드 선생님은 주머니에 시험지들을 구겨넣고 한 손에 시간낭비 표를 갖고 쿵쾅거리며 교무실로 떠나버렸다.

 

4

마틴은 교실 밖에 숨어 있는 포브스를 발견했다.

“말할 의도는 없었어.”

포브스가 말했다. “너 말 한 거 없어. 다 들었는데 넌 3급이야.”

“하지만 내가 해 버린 게 뭔지 알잖아.”

“아, 잘못 낸 거? 이제는 어쩔 수 없잖아? 선생님은 의혹을 확인했을 뿐인 거야. 홀란드 선생님 뿐만 아니라 선생님들 모두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있었어. 교무실에서 야크야크야크 떠들고 있겠지. 선생님은 뭘 하시게 될까.”

마틴이 말했다.

“모르지. 자 우리가 쫓겨나기 전에 빨리 밖으로 나가자. 선생님이 그걸? 좀더 빨리 멈췄어야 하는데.”

“즐거워 하고 있을 거야. 지금 멈추면 좋은데. 앗! “ 포브스는 멈춰섰다.

“13.50파운드에 대해서는 선생님이 알고 계셔?”

“종이위엔 없었어.”

포브스는 안도의 기절을 몸짓으로 나타냈다. 포브스는 뒤이어 황급히 말했다. “바깥에는 나가지 말자. 주방 바로 뒤에서 애들이 홉킨즈를 패주고 있고, 나는 그것에 참견하고 싶지 않아.”

“왜 아디슨은 패지 않는 거래?”

포브스가 말했다. “애들 중 반이 아디슨을 돕고 있었어. 아디슨이 이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기 전까지는.”

“다른 절반은 홉포를 돕고 있었지. 당연히 지금은 홉포를 패고 있지만.”

포브스는 말했다, “아디슨을 패는 애들은 없어. 왜일까? 종이 울릴 때까지 휴대품 보관소(cloakroom)에 가 있자.”

두 아이는 휴대품 보관소에 스르르 들어가서 코트를 걸어 놓은 줄 옆에 기대 섰다. 애들은 선생님들이 지나가면서 수상쩍게 여기지 않도록 마치 코트를 걸고 있는 것처럼 꾸몄다. 심지어 포브스는 자기 셔츠의 컬러 아래 훅을 느슨하게 해서 힘이 빠진 두 팔과 느슨한 무릎을 달랑거렸다. 마틴은 럭허스트의 파카 어깨 부분에 있는 초라한 털과 자기 머리 사이를 띄워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런 식으로 가면 우리 모두가 손바닥에 털이 날 거야. 난 이제 곧 털이 날 것만 같다.”

“털이라고! 나는 수염이 땅에 끌릴 만큼 길게 났어. 발바닥에도 털이 났어. 갑자기 가장자리를 둥글게 해 놓고 있지. 저기 봐, 운동화 끈이 아냐. 저건 콧수염이야.”

마틴이 말했다.

“홉포를 패주면 무엇하나. 한 달에 한 번은 패는데. 홉포는 그래도 멈추지 않아.”

“홉포가 아니었으면 아디슨이 이기는 일도 없었어.”

“아디슨이 아니라면 홉포는 아무 일도 안 했을 거야. 월요일에 패줌 당할 사람은 홉포가 아니라는 데 내 돈을 건다.”

포브스는 애원했다. “뭐 걸지 좀 마. 이봐. 트라일 다리 작지. 트라일을 옷걸이에 걸면 바닥에 닿지도 않겠다. 으어어어억!” 포브스는 목이 느리게 졸리는 몸짓을 하며 말했다. “올드 홀란드는 아디슨이 이기게 놔두지는 않지 않을까? 이제 선생님도 알았으니.”

마틴이 말했다.

“선생님은 자신이 얼마만큼을 알고 있는지 몰라. 내 생각에 선생님은 아주 못된 일을 할 거 같아.”

“홀란드 선생님이 교장 선생님께 얘기할까?”

“그 못된 일을 한 다음에. 그리고 선생님은 네시까지는 그런 일을 하지 않을 거구. 내 생각에 선생님은 우리를 긴장시키는 무언가를 할 거야.” 마틴이 말했다. 종이 울렸다.

포브스는 자기 목에 걸린 훅을 빼면서 말했다. “그럴 경우에는 선생님이 그 뭔가를 하기 전에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무 일도 안 할 거야. 선생님이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학살 당할 거야. 다음 시간은 기하 시간이야. 나침반 갖고 뭘 하겠지.”

마틴과 포브스는 첫 기하 시간 내내, 그리고 둘째 기하 시간이 반이 지날 때까지 끔찍한 비밀을 유지하며 앉아 있었다. 둘은 아디슨의 의기양양한 뒷머리를 혐오의 눈길로 바라보았다. 홉킨즈는 너덜너덜해지도록 아주 조용히 앉아 있었다. 홀란드 선생님은 기하 시간 내내 사악한 웃음을 얼굴에 띄우고 있었다.

정확히 4시 17분 전에 종이 울렸으며 종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홀란드 선생님의 미소는 가히 섬뜩한 기색을 띠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말했다.

“이런 이런 어쩌나. 화재경보네. 얘들아 조용히 줄서서 나가 아래쪽 운동장에 모여라. 아디슨 기운내라. 우리의 끔찍한 수학 시간을 넌 이제 안 들어도 되겠구나. 운좋은 녀석!”

마틴은 포브스를 응시했다. 화재경보? 마틴의 두뇌는 종이 쓰레기가 가득한 어느 구석의 쓰레기통에서 걸레 한 더미가 타오르고 있는 모습을 상상했다.

“포브시, 너가 설마…?”

포브스는 답하지 못할 정도로 활짝 웃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포브스는 고개를 저었다.

홀란드 선생님은 유쾌한 어조로 말했다. “베넷 말 좀 그만해라. 독가스를 흡입할 수도 있으니까. 저기 맨 앞에 있는 애 너는 어디 가고 있니?”

럭허스트는 대답했다.

“아래쪽 운동장이요. 게시판에 보면 오른쪽으로 돌아서 아래층 운동장으로 나가야 한다고 쓰여 있어요.”

“게시판? 이런, 지금은 비상시란다. 계단에는 불이 붙어 있어.”

“아니에요 선생님, 불 안 붙었어요.”

“내가 계단에 불이 붙었다고 하면 불이 붙은 거다. 젊은이여, 왼쪽으로 회전하거라. 불타는 계단으로부터 멀어지는 거다.”

아디슨이 좌절의 고통 속에서 깡충깡충 뛰면서 말했다.

“하지만 저희는 벌써 아래층이잖아요. 어서요, 선생님. 지난번에는 가장 늦었다는 이유로 다른 반과도 일이 꼬였었잖아요.”

홀란드 선생님은 말했다.

“아디슨. 이제 너는 이후에 너가 꿈에서도 상상하지 못했던 꼬임에 처할 것이다. 그 전의 꼬임도 이후의 꼬임도 아디슨 너와 너의 반 친구들이 앞으로 거치게 될 것에 비하면 4월의 소나기로 보일 것이다. 자 왼쪽으로 가자. 왼쪽! 왼쪽 왼쪽 왼쪽. 나는 좋은 집에 살았지만 왼쪽으로 떠났다.(I left) 휴대품 보관소를 지나서. 어서 돌아와라, 무모한 바보야. 또 아디슨이던가? 너는 너의 동무들을 비운으로 이끄는구나. 누가 보면 수업 하러 들어가고 싶어하는 줄 알겠다. 가장 빠른 길은 언제나 가장 안전한 길이라고 할 수 없고 너희들은 모두 불타 죽고 말 거야. 이런, 안타깝게 됐구나.”

홉킨즈는 절룩거리며 쓸쓸히 선생님께 물었다.

“왜 우리는 세면기(wash basin)들을 돌아서 가고 있나요?”

홀란드 선생님이 말했다.

“물에 가까이 가는 거지. 기초적인 거야, 애처로운 홉킨즈야. 럭허스트, 다시 돌아라. 홉킨즈, 네가 이걸 생각하지 못한 것에 솔직히 놀랐다.

홉킨즈는 선생님께 물었다.

“뭘 생각하지 못했는데요, 선생님?” 홉킨즈는 선생님이 자꾸 자신을 괴롭히려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화재 경보 말이다, 홉킨즈. 너가 할 만한 일인 것 같은데. 아디슨은 감히 접근하지도 못했을 거다. 자, 연기와 화염 속에서 내게 나타난 이 얼굴은 누구의 예쁜 얼굴인가?”

존스 선생님이 롤러타월(roller towel)들을 확인하며 이렇게 말했다. “알렉스, 도대체 뭐 하고 있는 건가요?”

홀란드 선생님이 말했다.

“우리는 연기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고 있어요. 출구를 안내해 줄 수 있나요?”

존스 선생님이 대답했다. “교장 선생님이 운동장에서 열변을 토하고 있는 중이에요. 교장 선생님은 기존에 세운 기록을 10초 당기고 싶어하시죠.”

홀란드 선생님이 이렇게 말했다.

“교장 선생님은 기다리셔야 합니다. 아디슨, 우리는 또 다른 기록에서 17분을 잘라내야 하지 않니?”

포브스가 중얼거렸다. “홀란드 선생님 성함이 알렉스인 줄은 몰랐어.”

“알렉산더 대왕님.” 마틴이 말했다.

“혹시 홀란드 선생님이…?”

“그럴 순 없어.”

홀란드 선생님은 목쉰 소리로 소리질렀다.

“말 좀 그만해라, 포브스. 숨막혀서 죽겠다. 1x반 어서 가자. 존스 선생님의 안내를 받아! 오늘은, 너희들은 죽지 않을 것 같구나. 아직까지는.”

아래쪽 운동장에는 저학년부가 질서 있게 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이 만든 줄들을 따라 교사들은 출석부를 갖고 두리번거리면서 불타는 건물 안에 누구도 갇혀 있지 않도록 확인하고 있었다. 저 멀리 운동장에는 고학년부가 저학년부와 같은 방식으로 서 있었으나, 그보다 좀더 품위있어 보이려 애쓰고 있었다. 교장선생님은 한 집단에서 다른 집단까지 구보하며 돌아다녔으며, 1x반이 마침내 2중문을 통해 나와서 1a반과 1y반 사이에 자리잡을 때 교장 선생님은 지팡이와 사슬을 손에 든 기사처럼 줄에 달린 스톱워치를 휘두르고 있었다.

교장선생님은 홀란드 선생님을 전력으로 겨냥해 불쾌감을 쏟아부었으나. 1x반이 담임 교사가 곤경에 빠진 것을 알고 즐거워하지 않도록 아주 조심스러운 방식으로 그랬다. 그러나 홀란드 선생님은 줄곧 활짝 웃고 있었다. 마틴은, 홀란드 선생님의 별명은 ‘올드 홀란드’였으나 사실은 꽤나 젊은 편에 속한 것에 대해 놀라며 한편으로 충격받았다. 또 마틴은 홀란드 선생님과 교장 선생님은 서로 싫어하고 홀란드 선생님은 그것을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1x반은 홀란드 선생님만이 가진 특별한 두통거리이며 홀란드 선생님만이 낫게 할 수 있기 때문에 교장선생님께 말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다.

동시에 1x반은 모두 50펜스에 목숨이 걸렸다는 사실을 깨닫고 홀란드 선생님께 학기말 선물을 뭘로 하면 좋을지를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다만 아디슨만은 예외였다. 아디슨은 기하 교과서로 돌아가고 싶어서 온몸을 뒤트는 것 같았다.

화재 대피 훈련은 4시 3분 전에 끝났고, 학생들이 흩어지는 시각에 홀란드 선생님은 1x반 아이들에게 몇 마디 하겠다고 했다. 선생님은 말했다.

“그렇지만 지나치게 지체하지는 않겠다. 왜냐면 네시 이후까지 너희를 붙잡으면 생각만 해도 복잡한 일이 생기겠으니. 반드시 네시가 마감이다. 너희들에게 알리려는 것은 다름 아니라 너희들에게는 월요일에 몸서리칠 만한 일들이 일어날 거란 말이다. 그리고 주말에는 그 일들이 뭐가 되어야 하는지 고민해 볼 것이다. 너희에게 조금이라도 상식이 있다면 내가 제시하는 것이 무엇이듯이 너희들은 받아들여야 할 것이며, 이번 주에 대해서는 다시는 언급하지 않도록 하자. 분필, 인쇄용지, 펠링용액에 대해서도 말이다. 4시군. 학교 끝났다. 가자.”

그들은 모두 갔다. 또 벽에다 홀란드 선생님에 대한 예의없는 낙서를 쓰기 위해 자전거 주차장으로 향한 아디슨은 예외였다. 마틴과 포브스는 홀란드 선생님께 갔다.

“선생님! 선생님!”

“베넷? 포브스?”

“그게요…그러셨나요…?”

홀란드 선생님이 말했다.

“학기마다 화재 피난 훈련이 있단다. 내가 너 따위 때문에 화재 경보를 마련했다고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하지만 정확히 네시 17분 전이었잖아요 선생님.”

“신의 손이다, 베넷. 존스 선생님이 화재 피난 훈련을 담당하고 있단다.”

두 아이는 홀란드 선생님이 운동장을 가로질러 주차장으로 가서, 자기 차에 타서 학교 앞길을 한바퀴 도는 것을 관찰했다. 정문 옆에서 홀란드 선생님은 버스를 타기 위해 달려가는 존스 선생님을 따라잡았다. 홀란드 선생님은 조수석 문을 열고 오라고 손짓했다. “어서 타, 오웬.”

오웬.

알렉스.

마틴과 포브스는 의미로운 눈길을 주고 받았다. 홀란드 선생님과 존스 선생님은 교무실에서 쪽지를 주고받은 것뿐만이 아니었다. 둘은 서로 호감을 가졌다. 둘은 친구였다.

그 나름대로, 그것 또한 신의 손이 아니겠는가.

'My stories in Korean'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재투성이 소녀  (0) 2024.05.30
How I became an "editor"  (0) 2024.02.21
My bachelor thesis at Korea National Open University  (4) 2023.01.16
아이돌이 된 연무동 길고양이  (0) 2022.06.18
Spring, Summer, Autumn, Winter  (0) 2021.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