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tories in Korean

My first stage play

Nowinlove 2020. 12. 9. 14:18

내가 쓴 첫 뮤지컬 대본

픽션 / Fiction, Uncategorized

<자전거 국토순례>

 

 

 

막이 오르면 무대 전면은 비어있고 뒤쪽은 기차 좌석이 한 줄 설치되어 있다.

 

 

 

평범한 한 여대생이 접는 자전거를 갖고 나와 텅빈 무대 전면 한 가운데에서 독백한다.

 

 

 

여대생: 나는 서울에서 자란 평범한 대학생인데, 뻔하게 흘러가고 곧 취직해야 하는 대학생활이 너무나 싫었어.

 

그래서 접는 자전거를 하나 사서

 

부모님께 알리지도 않고 바로 강릉행 기차를 탔어.

 

 

 

(노래) YB+여행스케치

 

그땐 월드컵,

 

난 스물두살이

 

어리지는 않다

 

생각했지

 

 

 

강릉행 기차는

 

시끌벅적

 

여름 여행객들 틈에

 

나도 끼였어

 

 

 

스물두살 서울내기한텐

 

멀고먼 동해안

 

곧 보아요

 

 

 

여대생 좌석 뒤쪽에 접는 자전거를 기대 두고 기차 좌석에 앉는다

 

 

 

차장: (목소리만) 우리 열차는 곧 강릉, 강릉역에 도착합니다.

 

 

 

여대생은 접는 자전거를 무거운 듯 끙끙대며 갖고 나온다

 

여대생이 움직이는 동안 바닷가가 무대 배경으로 조명을 받으며 등장한다

 

 

 

여대생: (혼잣말) 여기는 강릉. 정동진이 가깝겠구나. (고개를 들고 활기차게) 그치만, 난 왠지 기대되는 속초로 가자!

 

 

 

무대 왼편 끝으로 간 여대생은 자전거를 펴서 타고 천천히 무대 오른편으로 간다 여대생이 자전거를 타고 가는 동안 파도의 쏴아쏴아하는 소리와 갈매기 소리가 들려온다.

 

 

 

무대 오른편에서 여대생은 자전거를 간편하게 접어 한쪽에 놓고 무릎을 싸안고 앉는다.

 

 

 

여대생: 여기가 속초구나. 어려서는 이 도시까지 오지 않고 그냥 무슨 리조트에 왔던 것 같은데공부하느라 과부하된 내 머리가 식어 가는 느낌이야.

 

드라마 찍었다는 거 보면 여기도 사람이 많이 사나봐(관객석을 향해 손가락질한다) 저기 봐, 세상에 바다에 면한 길가에 멋진 웨딩드레스를 파는 가게도 있어.

 

 

 

여대생은 일어나서 무대 중앙으로 나와 휘청휘청 관객석 중앙을 가리킨다.

 

 

 

여대생: 아까 강릉 7번 국도에서 본 선교장예쁜 주황색 복숭아색 꽃들이 너무나 많네.

 

 

 

또 다른 쪽으로 간다.

 

 

 

여대생: 경포대는 또 어떻고자전거길이 에워싼 호수도 있고 민박집도 많고, (시적으로) 바다는 너무나 파랬어!

 

 

 

무대 뒷편 (관객석 반대쪽) 배경을 돌아보며 가리킨다.

 

 

 

여대생: 망망한 해변에 저 철조망들! 북한이 쳐들어오는 게 그렇게 무서운 걸까?

 

 

 

여대생은 자전거를 둔 곳에 가서 주머니에서 지도를 꺼내 편다.

 

 

 

여대생: 지도에 나온 화진포(자전거를 다시 영차 탄다) 7번국도 북단인데한번 가 볼까?

 

 

 

자전거를 타고 무대 오른편으로 퇴장. 암전.

 

 

 

다시 불이 켜지면 무대 배경에는 파란 천이 아래 절반 정도에 둘러쳐 있고, 무대 왼편에는 낮은 각도로 램프가 설치되어 있고, 오른편에는 군인콘도라고 세로로 쓰인 현판이 있다. 갈매기 우는 소리. 조명은 저녁놀 느낌이다.

 

 

 

여대생이 무대 오른편으로부터 자전거를 타고 천천히 등장한다.

 

 

 

여대생: (잠깐 자전거를 세우고 손으로 땀을 훔치며) 여기가 화진포야! 화진호수도, 바다도, 너무 아름답다. (현판을 눈치챈다) 어 군인콘도가 있네? 역시 경치 좋은 곳이라 군인콘도까지 있구나.

 

 

 

안내인 목소리: (지나가듯) 6.25 이전에는 김일성 별장도 화진포에 있었답니다. 드라마 가을동화도 여기서 찍었지요.

 

 

 

여대생은 자전거에서 내리지 않고 천천히 지나가 램프 앞에 이른다. 갈매기 우는 소리가 멀어진다. 조명이 밤처럼 어두워지며 무대 배경 쪽은 파란 천 바로 위에 형광등 같은 조그만 빛들이 일렁인다.

 

 

 

여대생: 이제 밤이구나. 오르막길이네. (자전거에서 내려서 핸들을 잡고 램프를 오른다. 램프 위에다 올라서 멈춘다. 배경 쪽을 바라본다) 오징어잡이 배들! (큰 소리로 시적으로) 아름답다! 저렇게 아름다운 불빛은 처음 봤어! (방백하듯이) 그냥 지나치지 못하겠어. 여행하다 보면 이런 순간들이 제일 소중하게 새겨지고, 제일 값진 것 같아!

 

 

 

(노래. 노래 중간에 목소리 굵은 남성 3인으로 구성된 코러스가 목소리로 등장한다) WHITE

 

여대생:

 

오징어를 잡기 위해

 

한낮도 아니고 한밤

 

저 분들은 저렇게

 

동그란 불빛을 켜놓고

 

 

 

코러스:

 

오늘 내일 조업하면

 

돈백만원이나 될까말까요

 

밤이라 우리도 피곤해요

 

하지만 오징어가 잡히니까

 

 

 

이곳 동해는

 

우리 삶의 귀중한 터전

 

밤이라도 친구들

 

생각하며 힘낸답니다

 

 

 

여대생:

 

저 환한 불빛이

 

나는 무엇보다 아름다워요

 

그리고 죄송해요

 

난 오징어를 안 좋아해서

 

 

 

코러스:

 

맥주와 술안주

 

쫄깃한 외식거리

 

우리야 고맙죠

 

수산시장으로 갑니다

 

 

 

천천히 암전되며 형광등 같은 조그만 빛들은 끝까지 일렁이다 한번에 조용히 꺼진다

 

 

 

다시 불이 들어온다

 

 

 

이번에는 배경에 왼쪽 반은 둥그런 녹색 동산이, 오른쪽 반은 빨간 시골 시외버스가 종이로 만들어져 있다. 시외버스에는 네모난 창이 나 있고 가장 앞쪽 창 뒤에는 남자 버스 운전기사가 운전대를 잡고 앉아 있는 것이 보인다.

 

 

 

여대생이 왼편에서 자전거를 타고 등장한다. 여행복이지만 아까와 살짝 다른 옷차림이다.

 

 

 

끼익끼익 우는 산새 소리가 들려온다.

 

 

 

여대생 멈추며 독백

 

 

 

여대생: 나는 강원도 내륙으로 7번국도를 떠나왔어. 고등학교 때 다들 배우는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에 나오는 봉화 시골길에 가보고 싶었어. (신나게 목소리 높여) 지금 여기가 봉화 가는 길인데, 너무너무 좋아. 이렇게 예쁜 산길은 유럽 배낭여행에서도 영 만나지 못했어.

 

여대생은 힘차게 자전거를 타고 무대를 가로지른다. 그 사이 무대 오른편에서는 시외버스터미널이라 쓰인 간판과 의자를 든 표 파는 직원이 나타나 간판을 걸고, 의자를 놓고 앉는다.

 

여대생: 터미널이다! (자전거에서 내려서 직원에게 간다. 얼른 지갑을 꺼내 돈을 내밀며) 삼척 행 한 장 주세요.

 

 

 

직원: 삼척 행 버스는 지금 출발합니다.

 

 

 

직원의 말이 끝나는 시점에 맞춰 배경의 빨간 시외버스가 부릉부릉 소리를 낸다.

 

 

 

여대생: 알겠어요! (표를 받자마자 자전거를 다시 타고 정신없이 시외버스 쪽으로 돌진한다. 버스 운전기사에게) 기다려 주세요! 저 탈래요!

 

 

 

2~3초 후 부릉부릉 소리가 멈춘다.

 

 

 

기사: (소리 높여) 짐칸 열어 드렸으니 얼른 짐칸에 자전거를!

 

 

 

여대생: (헐레벌떡) 고맙습니다!

 

 

 

여대생은 종이로 만들어진 시외버스 짐칸 문을 열고 자전거를 밀어넣은 뒤, 시외버스 뒤편으로 돌아가 버스 운전기사 바로 뒤 창에 측면이 보이게끔 앉는다.

 

 

 

기사: (웃으며) 뭐가 그렇게 급해요.

 

 

 

여대생: 저는 항상 급하게 여행하는 버릇이 있어요. 고맙습니다.

 

 

 

기사: 학생이예요?

 

 

 

여대생: . 대학생이예요.

 

 

 

기사: 어디 살아요? 이곳 사람 아닌 것 같은데.

 

 

 

여대생: 저는 서울에 살아요.

 

 

 

기사: 어쩌다 자전거로 여행하게 됐어요.

 

 

 

기사가 말하는 사이 버스가 출발하는 소리가 난다.

 

 

 

여대생: 그냥.. 떠나고 싶었어요. 일상 생활이 싫었어요.

 

 

 

기사: 왜 그랬어요.

 

 

 

여대생: (꿈꾸는 듯이) 특별한 이유는 없었어요.

 

 

 

(노래) 유앤미블루+낯선이

 

기사:

 

내겐 이게 일상인데

 

저 애의 일상은 다르구나

 

그래도 꾸는 꿈은 닮았겠지

 

 

 

여대생:

 

나는 한눈에 알아보았어

 

저 기사님은 마치 꿈처럼

 

꿈을 꾸는 기사님이야!

 

 

 

둘이 함께:

 

늘 보는 동네 사람만은 못하겠지만

 

힘들게 만나서

 

기쁜 만남이 되었구나

 

 

 

기사: (권위 있고 신비스럽게) 학교로 꼭 돌아가서 공부를 마치세요.

 

 

 

여대생: (밝게 웃으며) 고맙습니다! 친절 잊지 않을게요.

 

 

 

다시 부릉부릉 소리가 나며 천천히 암전.

 

 

 

불이 켜지면 이번에는 기사의 옆모습이 보이는 창과 바로 뒤 좌석 창 두개가 난 녹색 마을버스가 무대 배경 오른편에 위치하고 있다. 여대생 다시 무대 왼편으로부터 자전거를 타고 등장한다. 길가에 자전거를 주차하고 여대생은 멈추어 독백한다.

 

 

 

여대생: 나는 울산에 친척이 계셔서 삼척에서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울산으로 왔어. 여기는 울산 근교인 언양이야 드디어! 우리 나라에 산이 많아서 지금까지 오르막길 자전거 타느라 허덕거리고 고생했는데, 여긴 쫌 평지여서 다행이야!

 

잘 보니 영남 알프스라는 표지가 있어서 알고 싶어서 그리로 가는 마을버스를 타려고 해. 신기한 일이지만, 자전거를 여기 세워놔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 같애.

 

 

 

여대생: (천천히 걸어서 녹색 마을버스 뒤로 가서 네모난 창가에 앉으며) 영취산까지 부탁드립니다.

 

 

 

버스가 우우웅 하고 출발한다. 곧 여러 명 아이들의 목소리로 시끌벅적한 버스 안이 약 10초간 계속된다.

 

 

 

기사2: (큰 소리로, 연기하듯) 좀 조용히 합시다.

 

 

 

여대생: (방백으로) 난 이때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었어. (아이러니하게) 애들이 하도 떠들어서!

 

 

 

(노래) 낯선이+WHITE+여행스케치

 

아이들:

 

살아있다는 게

 

너무 너무 기뻐!

 

언양에 산다는 게

 

너무 너무 신나!

 

 

 

우리에게 몰래몰래

 

떠들 자리를 주고 계시는

 

버스 기사님이

 

너무 고마워!

 

 

 

애들의 노래와 함께 천천히 암전.

 

 

 

파도가 쏴아 쏴아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불이 켜진다. 조명은 새벽 분위기가 나게.

 

전철이 도착하는 소리가 난다.

 

접는 자전거를 들고 무대 오른편에서 등장한 여대생은 자전거를 다시 펴서 한쪽에 놓는다.

 

 

 

여대생: 여긴 부산 송정이야. 지금은 새벽이고. 울산에서 부산 가는 전철을 타고 여기에 왔어. (주위를 둘러보며) 바닷가에 영화 촬영지 표지판이 보이는구나! (지도를 펴며) 부산에서는 어딜 갈까. 여기서 해운대까지도 이렇게 먼 걸 보면 부산도 참 대도시구나. 설렌다.

 

 

 

여대생이 자전거를 타고 오른편에서 왼편으로 천천히 움직이는 동안 조명이 밝아지며 무대 배경에 오른편에서 왼편으로 차례로 해운대 고층아파트와 유엔묘지 입꾸와 보리밥집 간판이 등장한다.

 

 

 

여대생: 아침이다! (고층아파트 쪽에 멈춰서서 아파트를 가리키며) 해운대에 이런 고층아파트 단지가 많이 있네. 너무너무 아침의 해뜨는 부산과 잘 어울린다!

 

 

 

다시 자전거를 타고 천천히 움직인다.

 

 

 

여대생: (유엔묘지 쪽에 멈춰서서) 이게 우리나라에 전쟁이 남긴 유산이구나. 부산 분들이 이걸 붙들어 주고 계셨구나. 돌아가신 분들을 참 아름다운 모습으로 추모한다.

 

 

 

다시 자전거를 타고 움직이다 보리밥집 간판 쪽에 멈춰선다.

 

 

 

여주인: (목소리만) 자리 있어요. 보리밥 1인분에 6천원이예요.

 

 

 

여대생: 나는 여기서 밥을 먹고 여객선 터미널로 향했어. TV드라마에 나온 공원도 보고 싶었고, 부산에서 배를 한번 타 보면 (갑자기 말투를 들뜬 소녀처럼) 낭만적이고 멋질 것 같아서. 그리고 밥은 정말 맛있었어. (말투를 바꿔서) 그런데, 난 원래 이왕 여행하는 거 울나라 바닷가를 다 돌 계획이었는데, 밥 사먹고 민박에서 자고 하다 보니까 돈이 떨어져가!

 

 

 

(노래) YB

 

여대생:

 

남쪽의 남쪽, 부산까지 와서

 

사람이 살고 있다는 거

 

실컷 느꼈고

 

그럼 이번 여행은

 

된거야

 

된거야

 

(후주와 함께 암전)

 

 

 

뱃고동 소리가 들리고 3~4초 후에 불이 켜진다. 배경에서는 파란 천과 초록 천이 마치 거제 섬의 전경처럼 교차된다. 무대 왼편에는 하얀 등대가 큼지막이 드리우고 있다. 배경의 중앙에는 김영삼 대통령 생가라고 쓰인 교통표지판이 환한 조명을 받고 있다.

 

 

 

민박 아주머니: (목소리만) 편히 잤어요 학생? 잘 가요.

 

 

 

여대생이 접는 자전거를 들고 무대 오른편에서 등장한다.

 

 

 

여대생: (방백) 부산에서 거제도 장승포에 쾌속선 타고 도착한 나는 장승포의 하얀 등대가 바로 보이는 민박집에서 하루 잤는데, 또 떠나고 나니 엄청난 풍경의 아름다움을 맞닥뜨렸어. (소리 높여 리듬 있게) 세상에 바다를 면한 언덕에 전원주택 단지라니! 길가에 예쁜 희귀식물 군락이라니! 김영삼 대통령 생가도 가보고 싶고난 이 곳을 영원히 기억할 거야. 비록 거제 사람들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떠나야 하지만

 

 

 

(국악풍 전주에 이어 노래. 남성 어르신 2, 여성 어르신 2인이 함께 노래함) 어울림+YB+WHITE

 

우린 원래 농사짓는 사람

 

옥포 조선소 지어지고

 

기념관 박물관 들어왔지만

 

우린 원래 물고기잡는 사람

 

 

 

김영삼 대통령이든지 누구든지

 

우리 동네 사람을

 

좋아해 준다니 고맙소

 

잘 가우

 

 

 

노래가 지속되는 동안 여대생은 여기저기를 둘러보거나 !’ 하며 반가워하고 있다. 노래가 끝나자 다시 방백.

 

 

 

여대생: 나는 통영에서 여비가 다 떨어져서, 대전 외갓집 가기 위해 버스를 탔어. 어머니와 아버지가 많이 걱정하신 것 나도 알았어. 그렇지만 이번 여행을 후회하지는 않아. 내 머리를 좋은 추억으로 채웠고, 또 우리나라에 맘이 친절한 사람이 많이 있다는 걸 인제 알았으니까. (시적으로 독백) 왜 그럴까? 그게 소중하게 느껴져. 마치 어린왕자가 있는 별을 생떽쥐베리가 상상하는 것처럼 말이야.

 

 

 

(노래) 여행스케치+낯선이

 

여대생:

 

이번 여행으로

 

내 맘 속엔 별이 떴어

 

그 별들이 많아지기를

 

기도해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후주가 이어지며 천천히 암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