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완성한 소설 ‘현실 우화’
텔레비전을 보다가
내 친구 장주는 재미있는 아이입니다.
큰 키에 색다른, 눈물을 품은 눈을 가졌어요.
지난 여름방학 끝나고
와글와글 교실에서
장주가 따라오라 손짓하더니
교실 뒷켠에서 얘기를 해 주었어요.
“나, 저번 여름에
텔레비전 보다가
특별한 사건을 겪었어!”
사건, 이라는 말에
당황했지만 곧 장주에게 캐물었어요.
다음은 장주의 이야기였습니다.
텔레비전에서
장주는 집에서 텔레비전으로
혼자 리모콘을 이리저리 조종하며
아무거나 골라 보고 있었대요.
무심코 몰입하게 된 인도 방송사의 다큐멘터리!
이 다큐멘터리에는
인더스 문명이라면서
‘모헨조다로‘나 ‘하라파‘라는 도시들이 나온다는 거예요.
모헨조다로는 오래된 도시인데
온통 흙으로 된 건물들에 용도도 다양하고,
배수관도 있고
그래서 신기해하며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후끈 더워지기 시작하더니
텔레비전에서 흙이 한 무더기 튀어나와
소파에 앉은 장주를 덮쳤대요.
장주는 당황해 눈을 꼭 감았고
눈을 뜬 장주는
바로 모헨조다로 시내 한가운데에
흙과 나무로 된 데크에 앉아 있는 스스로를
발견했다는 거예요.
하늘의 구름은 또르또르 굴러가고,
공기는 확 더워졌고,
여러 가지 색깔을 한 긴 옷을 입고 다니는 낯선 사람들
어디서 스르르 바람이 한 줄기 불어올 것만 같았대요.
모헨조다로
장주는 데크에서 일어났어요.
장주가 일어난 한 가지 이유는,
길 가는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하는 말들이
갑자기 뜻이 장주의 귀에 인식이 되었기 때문이예요.
“오늘 참 덥지?”
“그렇지만 아침엔 바람도 불었어!”
장주는 전혀 엉뚱한 소리들에서
이러한 메시지들을 알아들을 수 있었어요.
장주는 지나가는 키 큰 소년에게
무작정 말을 걸었어요. 한국말로.
“저, 여기가 어디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장주의 입에서는 장주가 들은 엉뚱한 소리들과 비슷한 소리가 튀어나오고 있었어요.
소년은 잠시 생각하더니
천천히 대답했어요.
“여기는 모헨조다로예요.
저는 잠이라고 하구요.
당신은 성함이 어떻게 되죠? 왜 당신은 여기가 모헨조다로인지 몰라요?”
장주는 이 모든 말을
즉시 알아들을 수가 있었어요.
하늘에서는 이름 모르는 새가 끼익끼익 울고 있었어요.
알게 된 두 소년
키만 컸지 아직 중학생인 장주가 보기에도
고등학생 정도는 돼 보였대요.
거무스름하고, 코밑에 솜털이 보송한 소년.
“저는 장주라고 해요.”
장주는 이러한 이계 언어의 낯섬을 무릅쓰고 대답했지요.
“저는 아… 모헨조다로에 대해 보고 있었어요.
여기가 모헨조다로라니 놀라워요.”
장주는 스스로 몇 천 해를 거슬러 과거의 역사의 도시에 도착한 것을 깨달았대요.
소년 잠이 말했어요.
“당신은 침착해 보이네요. 혹시 아리아인인가요?”
장주는 아리아인이 뭔지 몰랐어요. 처음 듣는 말이었어요.
“저… 아리아인이 뭔지 모르는데요.”
잠은 깨금발을 하며 지평선을 가리켰어요.
“당신은 아리아인은 아니군요, 장주 씨.
아리아인들은 얼마 전부터 저 지평선 너머 조그만 오아시스 마을들을 집어삼켜 왔어요.
그들은 전차와 말, 강한 활을 사용한대요.
지금 문명이 발전한 모헨조다로를 그들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어요.”
장주는 그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대요.
잠은 뭔가 결심한 듯 고개를 갸우뚱하다 말했어요.
“장주 씨. 우리 집으로 와요.
당신의 착함이 느껴져요. 믿을 수 있어요.
오늘 밤에 도심 행정소 옥상에서 밤의 무도회가 열려요.
그 자리에 가면 내 친구들을 소개시켜 줄게요.”
잠은 장주의 예상 외로, 밝은 모습으로 장주에게 손을 내밀었대요.
“난 가난하지만, 긍지도 있고 친구도 있어요.
우리 집에서 저녁 먹어요. 납작한 빵과 채소로 말예요. 맛있어요.”
장주는 잠의 까무잡잡한 손을 잡아 들었어요.
좀 긴 이야기
잠의 집은
장주가 텔레비전에서 본
네모난 흙집 중 하나였어요.
반 지하 계단을 둘은 내려갔어요.
문짝은 따로 없었고 문가엔 발이 팔랑댔어요.
잠은 정말 실제로 빵과 채소를 차려 주었고,
장주는 먹으면서
허기가 생겨나고 채워지고 시간이 가는 것을 느끼고 있었어요.
먹으면서 장주는
텔레비전의 생김새부터 시작해서
자기가 뭘 하고 있었는지
어떻게 모헨조다로에 왔는지 설명했어요.
잠은 듣다가 말했어요.
“장주 씨는 축복받은 사람이군요.
장주 씨가 우리를 도와주실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잠은 자기가 행정소 공무원이 되려고 공부 중이며,
공무원 친구들과 어울려 다닌다고 설명했어요.
그리고
오늘 밤의 무도회에서
친한 애를 만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둘은 말을 놓게 되었어요.
아니, 원래 잠이 쓰는 말에는
높임법이 없었는데,
신기하게도 장주의 귀에는 잠이 말을 놓은 것으로 다가왔어요.
잠이 말했어요.
“장주야. 오늘 밤 무도회는 분명 신날 거야.
준비하자구!”
밤의 무도회
잠은 장주에게 푸른색 긴 옷과 투박하게 만든 나막신을 주었어요.
장주는 집에서 입고 텔레비전 보던 츄리닝 바지 위에 이것들을 입고 신었어요.
둘은 천천히 나갈 준비하며 계속 얘기를 했대요.
무도회에서 만날 애가 귀엽고, 소박하다고 얘기하며 잠의 눈이 초롱초롱 빛나는 것을 장주는 봤어요.
장주는 잠에게 형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대요.
둘이 나가서 여러 번 모퉁이를 돌아 도달한 행정소는
다른 단층인 흙 건물 대부분과 달리 2층이었고,
2층 위 옥상으로 향하는 계단도 두 개나 되었어요.
옥상엔 뻘건 간이 천막과 요즘도 마시는 인도 음료 라씨 같은 음료가 여러 잔 준비되어 있었고,
등받이가 없는 걸상도 여럿 있었어요.
날이 저물어가면서 새들이 홰를 쳤고
청년들이 두셋씩 행정소 옥상으로 올라왔어요.
어느덧 사람들로 붐비고,
피리 소리가 들려오고,
여기저기서 춤추는 남자애들도 보였어요.
“장주야 이리와 봐.”
잠이 갑자기 엉거주춤 서 있는 장주에게 손짓했어요.
둘이 간 데는 옥상 모퉁이였는데,
여기서 등받이 없는 걸상에
얼굴이 까맣고 머리를 묶은 여자애가 앉아서
얼굴에 미소를 띠고
긴 치맛단 사이로 살짝 보이는 다리를 까닥까닥하고 있었어요.
“안녕? 잠의 친구야?”
여자애가 말했어요. 그 어감이 친근하게 들렸어요.
사람 사귀기를 좋아하는 애인 것 같았어요.
“얘가 내가 말한 그애야. 캐니.”
잠이 말했어요.
“안녕? 캐니?”
장주가 처음 만나는 터라 긴장하며 말했어요.
“나 여기 앉아 있는 거야.”
캐니가 이렇게 말했어요.
갑자기 캐니와 비슷한 옷을 입은 여자애들 한 무리가 몰려와서
캐니에게 말했어요.
“춤추러 가자 캐니야!”
캐니는 싱긋 하며 일어서더니 “그래!”하고 말하며
여자애들 무리와 쏜살같이 달려갔어요.
잠과 장주는 뭔가 허무한 느낌이었어요.
“근데, 저 애가 캐니야.”
잠이 다시 살금 웃으며 장주에게 말했어요.
실레
그 때 어떤 잠과 키가 비슷한
검은 옷 입은 청년이 잠에게 다가와서
어깨를 툭 쳤어요.
잠이 돌아보면서
“아! 실레 형! 형도 왔구나.”
하는데 장주는 잠이 경계하는 듯한 느낌이 살며시 들었어요.
청년은 머리에 흰 천을 두르고 있었어요.
“장주야. 이 형은 내가 아는 형 실레인데 공무원이야. 얼마 전에 한 급 진급했어. 공무원들은 머리에 흰 천을 두르거든.”
잠이 말했어요.
“안녕하세요? 저는 장주예요. 잠 형이 아는 동생이예요.”
장주는 잠이랑 잠의 집에서 꾸민 대로 얘길 했대요.
셋은 그 자리에서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어요.
실레는 입이 무거운 편이었어요.
자기 자신에 대한 얘기도 거의 하지 않았어요.
장주는 일단 잠이랑 얘기한 대로 미래의 다른 나라에서 온 것을 숨겼어요.
실레는 행정소나 아리아인이라는 화제가 나오자 눈을 빛냈어요.
행정소는 모헨조다로에 몇 군데 있고,
시청과 왕이 사는 궁궐이 따로 있는 모양이었어요.
시청과 궁궐에서는 군대를 징집할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실레가 말하면서
“곧 아리아인을 대항할 전쟁이 시작되겠지.”
하고 어른스레 말했어요.
실레의 눈이 빛나자 장주는 전쟁을 좋아하는 형인 모양인가보다 하고 생각했어요.
장주도 그런 형이나 친구를 알고 있었거든요.
“너가 어디에서 왔는지 잘 모르겠지만,
모헨조다로의 손님이라면 오늘 밤을 즐겨.”
하고 실레가 딱딱하게 말했어요.
실레가 다른 사람과 얘기하러 멀어져 가자 잠이 속삭였어요.
“저 형 성격이 좀 딱딱하지? 저 형 집이 부자야. 그리고 저 형도 캐니를 좋아해.”
그렇게 말하는 잠의 눈동자가 잠시 우울한 느낌이었어요.
행정소 입소 시험 전날 저녁
무도회에서
남자는 남자끼리, 여자는 여자끼리 춤을 추었어요.
장주는 어깨와 허리와 다리를 살짝 흔드는 그들의 춤이 조금은 신기했지만
어차피 남자중학생이고 춤에 대해 잘은 몰라
그리 관심은 가지 않았어요.
졸려온 장주는 잠을 기다렸다가
잠의 집에 같이 가서
잠이 주는 깔개를 깔고 이불을 덮고 잤어요.
잠도 옆에서 깔개를 깔고 자고 있었어요.
화려한 밤의 무도회 이후
잠의 공무원 수험생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어요.
잠은 장주와 함께 매일 행정소에 가서
시험을 내는 사람들과 간단치 않은 물음과 답을 주고받았어요.
그리고 집에 돌아가서는
책 몇 권을 자세히 뜯어 읽느라 머리를 싸맸어요.
잠은 장주에게
중요한 시험을 치를 때 어땠는지 물어보기도 했어요.
장주는 별 생각 없이 치른다고 대답했어요.
장주는 잠이 집에서 책을 읽는 동안엔 어디 나갈 엄두를 못냈어요.
장주보다 얼굴이 거무스름한 사람이 대부분이기도 하고
이 도시의 지리를 당췌 알 수가 없었어요.
며칠이 지나 드디어 시험 전날이 다가왔어요.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할 때
잠은 책을 덮고 옆에서 졸던 장주에게 물었어요.
“너, 캐니랑 실레 형이랑 성곽에 안 갈래?”
장주는 성곽은 텔레비전 다큐멘터리에서 못 봤던 것이라
깜짝 놀랐지만 가겠다고 말하고
잠은 춤추듯 옷을 갈아입고 장주와 거리에 나와
장주가 가본 적 없던 캐니의 집으로 향했어요.
캐니를 찾고, 녹색 치마를 입은 캐니가 나온 뒤 바로 모퉁이를 돌자 실레의 으리으리한 집이 나왔어요.
이 집은 규모가 행정소만큼은 아니었지만, 색색깔 커튼과 옥상을 자랑하는 2층집이었어요.
실레를 찾자 실레는 또 흰 천을 머리에 두르고 나왔어요.
“캐니랑 가냐?”
이렇게 묻는 실레의 얼굴은 잠이 그렇다고 말하자 환해졌어요.
넷은 전에 잠이 가리켰던 아리아인들이 나온다는 지평선 쪽 방향으로 향했어요.
20분쯤 흙집들 사이를 걷자 역시 흙으로 지어진 성곽이 나타났어요.
“저 성곽에 올라갈 수 있어.”
잠이 장주에게 말했어요.
네 사람은 그늘에 나 있는 계단을 올라가서 성곽 벽에 몸을 기댔어요.
지평선이 있는 서쪽으로 해가 지고 있었고
모래먼지구름이 가끔 지평선에서 일어났어요.
잠은 캐니를 사이에 두고 실레와 셋이서 성곽 벽 너머 노을을 바라보았어요.
장주가 잠에게 손짓해 장주도 잠 옆에서 멀거니 지평선으로 해가 지는 저녁 하늘을 바라보았어요.
장주는 문득 “난 집에 언제 가게 되나.
다른 모험 이야기에서는 집에 갔으니 나도 가게 되겠지?”
하고 생각하며 쓸쓸해졌어요.
문득 시원한 저녁 바람이 불어 왔고,
잠은 옆에서 까만 옆머리를 흩날리며 눈을 찌푸리는 캐니에게 말을 걸었어요.
“캐니야. 나 시험 합격하면 기뻐할 거야?”
캐니는 잠을 바라보며 실눈을 뜨고 말없이 웃었어요.
듣던 실레가 두꺼운 목소리로 말참견했어요.
“캐니가 시험을 낸다면 행정소 시험보다 더 어려울걸.”
캐니는 다만 계속해서 잠을 응시하며 미소 짓기만 했어요.
장주는
퍼뜩 이 셋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나 장주는 슬프게도 휴대 전화를 갖고 있지 않았어요.
시험이 끝나고
넷이 돌아오는 길에 실레가 장주에게 말을 걸어 왔어요.
“넌 어디서 왔는데 잠이랑 살아?”
장주는 잠이랑 짠 대로 대답했어요.
“저는 서쪽 아리아인들은 모르구요, 동쪽에 지나가는 여행 상단에 있다가 편을 잃어 이리로 오게 되었어요 형.”
실레는 쯔읍 혀를 찼대요.
“어쩌다…”
다음 날 잠은 아침 일찍 행정소에 시험 치르러 가고
실레는 감독을 했어요.
장주는 시험이 끝날 때까지 캐니와 행정소 바깥에 앉아서
캐니가 집에서 가져온 차를 마셨어요.
캐니는 장주에게 별 말이 없이 가끔 속으로 웃을 뿐이었대요.
시험 치르고 나오는 잠의 얼굴이 창백했대요.
“나… 잘 했는지 모르겠어.”
“걱정하지 마.”
캐니가 이번에는 진지한 모습으로 대뜸 대꾸해 주었대요.
다음 날 아침 행정소 바깥 방에 잠의 이름이 있었대요.
잠은 그 날 오후부터 가장 하급 직원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어요.
행정소의 휴일은 닷새에 하루씩이었대요.
다음 날 근무가 끝나는 시간.
장주가 잠의 집에 있다가 행정소에 시간 맞춰 도착하니
캐니가 행정소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잠이 나오다 캐니를 보고 반가워했어요.
그러나 캐니는 무뚝뚝했어요. 잠이 다가오자
“나 다른 사람 기다리고 있어.”
하고 말했고 잠은 살짝 굳었어요.
조금 있다 실레가 나왔고 캐니가 반색했으며 둘은 함께 걸어갔어요.
그 다음 날에도 장주가 도착하자 캐니는 행정소 바깥에 있었어요.
잠이 실레와 함께 가벼운 얘기를 하며 나왔어요.
둘은 캐니를 보았어요.
캐니는 실레에게만 아는 체 하며 다가갔고 잠의 얼굴은 다시 굳어졌어요.
다음 날 저녁.
이제 캐니가 실레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잠과 장주는 알 수 있었어요.
먼저 나오던 잠은 캐니를 보자 조금 침착성을 잃은 모습으로 성큼성큼 다가갔어요.
이번에는 캐니가 잠을 보고 입술이 파래졌어요.
캐니는 잠에게 입술을 떨면서 말했어요.
“나… 삼촌이, 실레를 기다렸다 같이 오라고 했어.”
그러자 잠의 얼굴도 캐니의 입술처럼 파래졌어요.
잠은 캐니를 떠나 장주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어요.
조용히 깔개를 깔고 잘 채비를 하고 누우며 잠이 장주에게 말했대요.
“캐니 삼촌을 나는 알아. 실레 형 아버지와 동업하시는 분이야. 그 분이 실레 형을 맘에 들어하나봐.”
잠이 겨우겨우 말해서 장주는 잠의 마음이 얼마나 아픈지 알 수 있었대요.
갑작스런 성곽 공격
잠의 이불 속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났어요.
이윽고 잠이 잠든 것 같았지만, 장주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어요.
장주는 몰래 살짝 문을 나서서 계단을 올라가 1층집의 옥상으로 갔어요.
별들이 빛났고, 흙집들은 별들과 가까워 보였어요.
“왜 나는 여기에 온 것일까. 왜 신은 잠 형에게 아픔을 주는 것일까?”
장주가 되뇌어 보았어요.
그 때 서쪽 지평선에서 무슨 전쟁 나팔 소리 같은 소리가 길게 울렸어요.
그러더니 먼지구름이 조금씩 그 어느 때보다 크게 일기 시작했어요.
장주는 지평선을 유심히 쏘아 보았지만, 어떤 징후가 있는 것 같아도 장주는 그게 뭔지 알 수가 없었어요.
장주는 도로 내려가서 잠이 들었어요.
다음날 이른 아침,
모헨조다로 도성은 난리가 났어요.
아리아인들이 그 어느 때보다 대규모로 모헨조다로 성곽까지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었어요.
실레는 서북 수비대의 대장으로, 잠은 부대장으로 임명되어
성곽을 지키러 갔어요.
장주는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몰라서 잠의 집에 있던 차나 먹을 것을 싸 들고
성곽의 서북편으로 갔어요.
거의 다 갔을 때 누가 장주의 어깨를 붙잡았어요.
키다리에 긴 청록색 옷을 걸친 턱수염을 기른 중년 남자였어요.
그 남자가 말했어요.
“네가 잠하고 같이 있다는, 여행 상단에서 뒤떨어졌다는 그 애냐?”
“예.” 장주가 겁에 질려 하며 남자의 빠른 말에 답했어요. 그 때 장주는 남자 옆에 남자의 한 손에 손이 꼭 붙들린, 캐니가 따라오고 있는 것을 보았어요.
“혹시… 캐니 삼촌이세요?”
“그렇다.”
캐니 삼촌은 장주가 무슨 말을 하든 그리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어요.
“나는 실레를 보러 왔다. 실레는 내가 아끼는 아이다. 이 난리통에 캐니를 맡길 데는 실레밖에 없다.”
캐니도 겁에 질려 있는 것 같았어요.
“실레 형은 아마 잠과 성곽 위에 있을 거예요.”
장주는 이 말밖에 할 수 없었대요.
셋은 성곽 바로 아래 쪽에 이르렀어요.
실레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놈들이 화살로 성곽 위에 있는 우리 병사들을 넘어뜨렸으니, 우리는 불화살로 대응합시다!”
여러 사람이 호응하는 목소리가 들렸어요.
이 때 잠이 계단을 내려왔어요.
“실레는 어디 있냐?”
캐니 삼촌이 거침없이 잠에게 물었어요. 잠은 우뚝 멈췄어요.
실레도 목소리가 들렸는지 이 쪽을 보았어요.
“실레야. 캐니를 부탁한다. 캐니를 건사할 사람은 너밖에 없다.” 삼촌이 말했어요.
“예!” 하고 실레가 둔탁한 목소리로 대답했어요.
“아닙니다!”
잠이 큰 소리로 말했어요.
“캐니는 실레 형과 행복하지 않습니다. 캐니를 그냥 놔 둬 주세요.”
잠의 목소리가 떨렸고, 장주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여리게 들렸대요.
“네가 캐니와 친하다는 건 알고 있다만.”
캐니 삼촌이 가차없이 말했어요.
“네가 무슨 특별한 게 있냐? 아니면 무슨 특별한 재주가 있는 거냐?”
이 때 캐니가 갑자기 울기 시작했어요.
느닷없이 장주의 시야에 흙이 한 무더기 덮쳤어요.
뜨거운 바람과 함께 장주는 눈을 꼭 감았고,
장주가 눈을 뜨자 장주는
텔레비전에서 여전히 모헨조다로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방영되고 있는
거실에 츄리닝을 입고 서 있는 자신을 발견했대요.
돌아온 것이죠.
돌아오고 며칠 후
여기까지 나에게 한 달음에 얘기하고
장주는 스스로도 어쩔 수 없는지 훌쩍였어요.
“그 형하고 그 누나하고 그렇게 놔두고 오는데…
난 모험 판타지 소설처럼 재미있는 일이 일어날 줄 알았어…
우리 나라랑 똑같이 마음아픈 일을 겪을 줄은 몰랐어.”
나도 덩달아 눈시울이 뜨거워졌어요.
그 다음 주 월요일
장주가 다시 나에게 손짓을 했어요.
이번에는 좀더 밝은 얼굴이었어요.
“나, 꿈을 꿨어. 그 형과 그 누나에 대한…”
꿈에서 장주는
모래바람이 이는
들판에 서 있었대요.
갑자기 누가 장주의 팔을 꾹 찔렀대요.
돌아보니, 조금 더 성숙한 외모에 자란 키에 머리에 두건을 쓴 잠이 서 있었대요.
그리고 그 옆에는 캐니가 여전히 긴 치마에 웃는 눈으로…
잠이 말했어요.
“장주 너 갑자기 사라지더니.
나, 캐니랑 결혼했어.”
그러더니 잠은 한 마리 양처럼 슬픈 눈빛이 되었어요.
“모헨조다로는 아리아인들에게 망했어.
캐니는 삼촌의 말을 따르지 않았어.
캐니 삼촌과 실레는 마지막까지 싸우다가 결국 탈출해서
황금을 찾으러 가는 어느 대상 무리에 끼어서
대단한 것을 찾으러 갔지.”
잠은 얘기하면서 다시 기쁜 표정이 되었어요.
“그리고 나는 아리아인들로부터 캐니를 지켜냈고.
우리는 모헨조다로를 떠나
이 오아시스가 있는 시골 마을로 왔어.”
장주 느낌에도 잠은 전과 달리 어엿한 가장의 목소리를 내는 것 같았어요.
“여기 삶은 그렇게 나쁘지 않아.
우리는 매일 밤마다 별을 보며 잠이 들지.”
캐니는 장주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대요.
“별 보며 잠 드는 것 괜찮은 삶이야, 장주야.”
그러더니 갑자기
밤 하늘에 허다한 별들이 반짝이기 시작했고
잠과 캐니, 두 사람은 웃고
장주는 눈시울이 뜨거워 옴을 느끼며
잠에서 깨어났다는 거예요.
“그럼 결국 잘 된 거네!”
나는 일부러 하하하 웃어 주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장주의 무언가가 달리 보였어요.
나는 장주를 2~3초간 응시하다가 눈을 감았어요.
나는 장주의 눈빛이 검은갈색에서 눈부신 에메랄드 빛으로 변한 걸 알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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