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tories in Korean

My bachelor thesis at Korea National Open University

Nowinlove 2023. 1. 16. 11:09

 A linguistic perspective of pansori-madang of sugungga below, just one sentence modified!

 

들어가며

 

소리꾼과 장구 치는 고수가 관객과 함께 세 방향에서 몇 시간 동안 아니리(소리)와 너름새(몸짓), 발림(몸짓연기), 추임새를 주고받으면서 흥겹게 을 푸는 구비문학 판소리는 2003년에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한국 중요 무형문화재 5호이다. 긴 토론 끝에 영문으로는 Pansori Epic Chant란 이름으로 정해졌다고 한다. 글쓴이의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1인극 오페라(monodramatic opera)라고 이름짓는 게 낫겠다 생각한다.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정해진 판소리라는 이름씨의 뜻은 여러 사람의 모인 장소라는 노래를 의미하는 소리를 합친 말이라 할 수 있겠다. 17세기 한국의 서남 지방에서 유래되었다고 짐작되는 판소리의 역사는 구체적으로는 1754년 조선 영조 시대에 유진한이 춘향가를 지었다는 기록으로 보아 숙종 재위 즈음에 지어지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판소리의 가사를 보면 다학제적인 표현과 서민적인 표현이 즐거움을 위해 두루 섞여 있다. 대중적인 전통이라 19세기 말 즈음에는 도시의 지식인들도 판소리를 애호하였다. 비록 본 논문에 다룬 수궁가는 바닷속 용궁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나, 판소리 다섯 마당이 주로 그렇듯이 등장하는 배경, 등장인물의 이름, 상황과 문화적 배경의 지시하는 바(reference)는 조선시대의 그것이라 해도 좋다. 즉 한반도의 것이라고 해도 무리없을 시대상의 문화와 시대적 정서를 담고 있다.

한편, 여기 나온 판본 수궁가의 소리꾼 김연수는 1907년 전남 고흥에서 태어났고, 1950년 무렵에 수궁가를 배웠다고 한다. 자유분방한 판소리를 근대 것으로 정형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리고 김연수는 춘향가의 명창이지만 다른 소리도 부른 것으로 인정받았다.

조선시대를 거슬러내려온 이 무형 구전 스토리텔링의 보고는 여러 소리꾼과 전수자 그리고 고수들의 손, , 목을 통해 연행되고 이어내려져 왔다. 본 논문에서는 흥보가, 심청가, 수궁가, 적벽가, 춘향가 이 다섯 마당만 남아있는 현대 판소리 중 1967년 동아방송국에서 방송되고 채록된 수궁가김연수 버전을 살펴보았다. 여기서 살펴보았다는 것은 군산대를 은퇴하신 최동현 교수님이 편찬하신 <김연수 완창 판소리 다섯 바탕 사설>에 나온 이 버전의 언어 분석을 했다는 말이 되겠다. 참고로, 최동현 교수님은 여기 다룬 김연수 판본에 쓰인 글투에 대해 꼭 옛날 말은 아니다. 장르적 특성 때문에 종결어미가 다르지만 현대인이 들어도 알아들을 수 있으니 현대어라고 볼 수 있다고 의견을 밝히셨다.

수궁가는 중병에 걸려 약으로 토끼의 간을 빼먹으려는 용왕과 용왕이 보낸 자라가 속인 토끼가 가까스로 기지로 위기를 모면하는 이야기이다.

한 마디로 본 논문은 판소리 수궁가에 대한 문학성, 음악성, 통사론, 의미론, 음운론, 화용론, 담화론 그리고 약간의 형태론적 분석을 시도해 본 자유분방하고 설익은 결과물이다. 문학성 측면에서는 미하일 바흐친과 로만 야콥슨, 발터 벤야민의 저작, 토마스 C. 포스터 교수의 ‘How To Read Literature Like a Professor'을 작품 분석에 적용해 보았고,  악기나 소리의 강약, 겹치는 소리 등  미세한 소리의 차이와 변수를 가지고 기호학적 그림을 그려낼 수 있는 음악성도 다루어 보았다. 화용론에서는 특히 최재웅 고려대 명예교수님이 고려대학교 언어과학과에서 화용론을 가르칠 때 쓰신 피터 그룬디(Peter Grundy)의 교재 <Doing Pragmatics>와 담화론에서는 유현경 외 <한국어 표준 문법: 총론, 음운론, 형태론, 통사론, 담화론> (2019 집문당) , 그리고 의미론, 음운론, 형태론, 화용론, 언어의 구조적 면에서는 강범모의 <언어: 풀어 쓴 언어학 개론> 등등 한국과 해외의 다양한 저작물들에 중점을 두었다.

 

 

1. 문학성과 음악성

 

먼저, 판소리 수궁가의 문체가 다른 판소리 문학과 공통되는 한 가지를 논하고자 한다. 언제나 여러 가지를 했다는 각종 뜻들이 모여서 이것, 저것, 그것을 이렇게, 저렇게 했다라고 반복·점증하는 테크닉인데, 보통 그 자리에서 몽땅 특정 문화적 테마와 관련된 한자어들로 이어간다. (이 판본에서는 대부분 현대인에게 어색한 이 한자어들을 하나하나 주해에서 뜻을 풀어 주고 있다) 이 현상은 Sbs 라디오에서 2022228일 방송되고 있는 아래 광고에 비견될 수 있다. “Sbs 라디오에서 광고하니 매출도 몇 프로밖에 안 늘었어요. 광고비도 10분의 1밖에 안 들어요. 직원들 해외 여행도 두 번밖에 못 보내 줬어요. 그러니까 고릴라에서 광고하지 마세요.” (‘고릴라sbs 라디오의 다른 이름이다) 이 광고도 아이러니칼한 문구에 반복, 점층의 기법을 써서 메시지를 확실하고 강하게 전달하고 있다.

수궁가의 내러티브는 극적인 장면(scene) 전환을 통해 이어지고 그 모습이 바뀐다. 각 이야기의 모멘텀을 이어주는 장면 풀이는 하나하나 수궁가 한 마당 전체의 내러티브와 문학성을 좌우한다. 한 장면의 주된 리듬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고, 소리꾼은 그것을 잡아 퍼뜨릴 뿐이다.

수궁가의 내러티브 종결은 심청가, 춘향가, 흥보가 등 다른 마당에서 볼 수 있듯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에 가까운 해결로 여겨질 수는 없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란, 사람이 풀 수 없을 정도로 엉킨 일을 신이 해결해 준다는 문학적 장치이다. 수궁가는 대신에 힘 약한 동물이 힘센 사람과 동물들의 손아귀에서 기지로 빠져나간다는, 어쩌면 좀더 근현대적인 내용이다.

2회 이상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잇따라 일어나는 것은 아무리 실제가 아닌 가상의 설정이더라도 아서왕의 전설, 동화 속 신데렐라, 모세, 소설 소공자, 소공녀 등의 인물을 전설(legend)의 반열에 올린다. 앞에 말했듯이 수궁가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보다는 주인공의 기지에 의해 곤경을 빠져나오는, 신화적이면서도 조금은 현대적인 느낌이다.

토마스 C. 포스터 교수의 저서 교수님처럼 문학 읽기(How to Read Literature Like a Professor)’에서는 전문적인 문학비평에서 다루는 항목들인 기억(memory), 상징(symbol), 패턴(pattern)을 언급한다. 이를 판소리에 적용한다면, ‘기억은 소리꾼이 몇 시간 동안 소리하는 것을 관객이 듣고 즐길 수 있게 하는 전제, ‘상징은 소리 내용에 한자 꾸러미로 등장하는 각종 문화의 각종 상징물들, ‘패턴은 권선징악 등 교훈에 따른 프레임 만들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밖에 관련된 등장인물의 묘사나 대사에 한자어가 이렇게 종종 너무 많아, 마치 두 글자로 된 한자 단어들로 그림을 그리며 적절한 데서 그때그때 붓질을 멈추고 띄었다가 다시 하는 것 같은 인상주의적이고 음운론적인 느낌도 김연수 소리의 다섯 마당 전체에서 두루 많이 들고 있다. 아마도 조선 후기에 화자가 판소리 사설에 한자어와 유명한 한자 시의 일부 구절을 숨가쁘게 도입해 다른 사람들보다 높이 있고 관습을 잘 지키는 유식한 화자라는 인상을 주고 싶거나, 그런 인상을 줌으로써 다른 어떤 이득을 볼 여지가 있었을 경우를 생각해 본다. 한자어 하나하나를 모으는 그 선택의 세심함이 오타루의 오르골 박물관같은 일본의 소품 문화처럼 일본의 작은 것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판소리 속 한자어들의 서사적 규정은 어떻게 될까 생각해 본다. 그처럼 판소리는 어느 비평 조류에서 말하는 대상에 대한 낯설게 하기의 읽기가 아닌, 더 정확히는 우리가 사는 삶 위 그 대상이 와 있는 좌표를 여러 한자어에 기대어 한정하고 묘사한 낯익게 하기로 발전시켜, 사회적 관습에 대한 (저항은 일단 미루고) 마음의 일치를 향한 필요와 갈망을 표현하는 것 같다.

좀더 음악적인 면모를 보자면, 고수의 대들보에 닿는 장구 소리가 멈추고 고수가 직접 얼쑤!”와 같은 감탄사(간투사)를 사용하여 소리꾼이 토해 내는 다양한 문장들이 또렷한 차이들과 그림자들을 표현한다. 소리가 높은 음으로 올라가면 소리꾼이 그리는 장면의 긴급성을 전달할 수 있다. 강세를 주는 음의 길이의 의미는 극적인 것인가? 결과적으로 감정의 고양과 음높이는 같이 간다고 할 수도 있다. 샵과 플랫 조를 말소리와 섞어서 다양하게 이용한다고 볼 수도 있다. 소리꾼은 발음, 발성, 강세, 리듬, 선율의 조화라는 요소를 가지고 자연, 사물, 상황을 적합하게 그려나간다. 본 글쓴이의 아이폰에 다운받은 지니(Genie) 앱에서 들은 김연수의 수궁가는 천천히 진행될 때는 일본극 에 나오는 권위있는 남성 캐릭터에 부여되는 음성의 높낮이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장단이 빨리 진행될 땐 수궁가다운 건전한 아재 유머가 발휘될 때다. 흐름의 빠름은 신나는 이야기 흐름에 발맞춘다. 판소리의 상위 개념인 국악에는 여러 특징이 있다. 가락의 흐름을 장식하는 것, 음색의 다양함, 자연스러운 멋, 5음 음계 사용, 긴 리듬형인 장단반복으로 주로 3박자 계열, 상징성이 강한 악기 사용 등이 특히 판소리에 해당되는 말이 될 것이다. 아래서 다룰 담화 표지 또한 어미와 나머지 부분이 리듬에 따라 음악성을 함께 구현한다.

각설, 지난 세기 말과 글, 문학과 그 안의 기호를 동시에 학문 대상으로 다룬 사람들이 몇 명 있다. 미하일 바흐친(‘말의 미학’)과 발터 벤야민(‘문예이론’)이 길어낸 생각들을 여기서는 판소리 수궁가와 관련지어 조금씩 함께 다루어 보려고 한다.

먼저 바흐친. ‘말의 미학의 한 장인 언어학, 어문학 그리고 다른 인문학에서 텍스트의 문제에서 바흐친은 수궁가의 별주부 자라같은, 마음이 복잡한 캐릭터들의 사회적-문체적 형상을 예로 드는데, 그 형상은 자신을 드러내는 수단이 될지라도 가 아니라 근대적 자아로서 한 발짝 떨어진 3인칭 로 볼 수 있다. 그래서 그 형상은 그대로는 객체적이고 표본적이며, 진정한 대화 즉 발화의 관계 안에 있지 않다. 판소리의 경우 내부 발화의 이해를 위해서는 그 형상을 말하는 발화들 사이의 원칙적이고 명확한 경계 설정이 필요하다고 바흐친은 말하고 있다. 이 경계 설정은 판소리에서는 해설과 대사를 번갈아 읊는 발화 주체의 교체’, 익숙한 내러티브의 힘으로 지속되는 대답을 결정하는 능력’, 해설의 미덕이 되는 모든 이해의 원칙적인 응답성을 특징으로 한다.

사회적 인간에 의해 창조되었고 창조되는 기호적 텍스트가 아니라면 이 인간에 다가갈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을까? 바흐친은 인간의 행동은 행동으로 이해해야 하는데, 그 행동은 동기, 목적, 자극, 의식성의 정도 등과 같은 가능한 기호적 표현의 바깥에서 다다를 수 없다고 말한다. 이야기꾼과 소리꾼과 관객은 더 깊은 내면적 이해를 위해 어떻게든 인물을 말하도록 만든다. 이들은 인간 또는 토끼 같은 의인화된 지적인 생명체에게 중요한 진술, 설명, 참회, 고백을 가져와 구성하며, 발현되지 못한 채로 잠재적이거나 실제적인 내적 말(speech)까지 몰래몰래 발전시킨다. 판소리의 경우에 실제적이거나 잠재적인 텍스트가 도처에 존재하며, 그 큰 그림은 질문과 담소로 이루어진 케이스 연구와도 같다.

 

문예이론을 쓴 벤야민(1892~1940)20세기 초반 문예이론가로 활동했다. 벤야민의 언어는 예술의 탐구자에게 아우라처럼 절대적이고 고유한 것으로 다가오며, 설명과 논증으로 포괄할 수 없는 이미지의 언어라고 할 수 있다. 신비롭게 묘사된 수궁가의 용궁처럼 그에게 프랑스의 대도시 파리는 보헤미안과 산보자(flâneur)의 도시이며, 주인공은 모든 사물과 유리되어 도시 군중 속을 배회한다. 벤야민은 자신의 예술비평에서 작품의 자율성에 대한 믿음과, 작품에 공정하기 위한 작품 내재적 접근 방법을 선보인다. 진리내용을 말하는 비평의 과제는 작품의 숨겨진 진리(수궁가 끝부분의 교훈에서 별주부가 발견했듯이)를 찾아내어 드러내는 것이며, 사물(작품 자체까지도)의 내용을 여러 각도에서 조명해서 사물의 진리내용 즉 의미를 드러내는 것도 여기에 포함된다. 판소리 또한 예술작품과 그 관찰자 사이에 생겨나는 은밀한 교감의 분위기를 그 자체로 포함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벤야민의 <소망의 이미지 Wunschbild>는 지나간 일을 떨쳐버리고, 새로운 것에서 원초적인 것을 발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수궁가 결말에서 토끼와 자라의 운명을 그대로 보여 준다. 또 어떤 현대인들은 신체적 특징 속에 성격에 관한 지식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는데, 위험이 닥쳐오면 등껍질 속으로 도피하는 자라와 귀가 길고 쫑긋한(솔깃한) 토끼도 그렇게 묘사된다. 비록 어떤 활동자의 바깥 모습을 갖고 아무런 모순없는 개념을 형성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말이다. 토끼와 자라의 활동의 영역은 수궁가의 줄거리 속에서 서로 침투작용한다. 니체는 어떤 사람이 성격을 가지고 있으면, 그의 운명은 본질적으로 변하지 않고 항상 일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연극에서도, 그리고 판소리 한 판에서도 희극적 인물의 성격은 타오르는 횃불처럼 발현되면서도 행동의 자유를 향유한다. 성격이라는 비전(vision)은 그 토끼와 자라 각각의 비전이 지닌 논리와 유사성을 통해서 자유와 상호관련을 맺고 있으며, 토끼와 자라의 희극적 행동 속 성격적 특성은 해당하는 행동의 그림자를 던지는, 익명의 하늘에 떠 있는 개성이라는 태양이다. 즉 토끼와 자라의 성격은 변주되면서 내러티브를 이끄는 것이다.

한편 벤야민에 따르면 레온하르트는 <모든 말 그리고 모든 언어는 의성어적이다>라고 주장하는데, 판소리 안에서도 상당 부분이 소리(sound)’에 기대고 있다. 판소리의 언어는 그러니 결국 모방적 행동의 최고 단계이자 유사성의 완벽한 기록부라 해도 좋겠다. 뭍에 사는 토끼와 물 속에 사는 자라가 서로 다른 것처럼 서로 다른 사회적 상황은 생산관계에 의해 제약되며, 유물론적 비평에서는 그 작품은 그 시대 사회적 생산관계와 어떤 입장에 있는가 하는 물음을 제기한다. 토끼에게 있는 간은 토끼에게도 꼭 필요한 것인데, 똑같이 용왕님에게는 병을 낫게 하는 데 필요한 역동적인 항목이다. 벤야민은 예술 작품의 유일무이성이 전통, 무엇인가 살아 있고 변화 가능한 것을 의미하는 전통의 상관관계 속에 깊이 들어가 있는 것을 뜻한다고 말한다. 그는 또 (판소리 같은) 예술작품의 분위기적 존재 방식은 항상 의식적 기능과 연결되어 왔다고 말한다. 이어 판소리를 벤야민이 제기한 영화라는 장르로 유비하자면, ‘참다운 의미와 가능성자연스러운 수단과 탁월한 설득력을 가지고 (수궁가 플롯 특유의-인용자) 동화적인 것, 기적적인 것, 초자연적인 것을 표현할 수 있는 그 특유한 능력에 있다.

벤야민은 구전 예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현재 남은 얘기를 기록했던 얘기꾼들 중에서 위대했던 얘기꾼들은 이름도 없는 숱한 얘기꾼이 하는 얘기와 조금도 다를 바 없는 얘기를 쓴 사람들이다. 얘기꾼은 두 가지 부류로 묶이는데, 정착해서 경작하는 농부, 옮겨 다니면서 장사를 하는 선원으로 그 원조를 구분할 수 있다. 이러한 전개는 뭍에서 노닐던 토끼가 용궁에서 물고기 대신들과 보낸 시간의 성격과도 상통한다. 한편 토끼를 보면, (벤야민이 책에서 언급한 저자인) 프루스트가 자기 작품집에 수록한 르포르타쥬에 나타난 기발한 트릭들은, 수궁가 속에서는 토끼의 첫 등장처럼 호기심에 찬 인간의 흉내이자 동시에 식물적 삶에 열광하는 프루스트 창작의 한 요소이다. 결국 토끼는 어느 순간 도약과 비상과 비약을 통해서 자기 자신의 삶이 낯선 세계, 즉 바닷속에 잠식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살 길을 찾는 캐릭터이다. 이에 비해 자라는 바닷속 부르죠아지이며, 뭍에서는 많은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또한 프루스트가 기록한 바로, 그의 소설 작품의 화용적 특징은 대화의 강렬성과 대화 속 상대자에 대해 갖는 거리감의 상호결합이다. 판소리가 소설은 아니지만 대화는 판소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인물들은 사설시조처럼 긴 시간을 들여서 대화를 녹여내고 있다. 프루스트는 무의지적 기억의 가장 유동적인 형태라도 시각적 이미지로 귀결된다고 생각한다.

또 벤야민이 말하길, ‘서사극은 긴장을 풀고서 이완된 상태에서 사건의 진행과정을 쫓아가는 관객을 원한다.’ 사건의 진행과정과 상연 자체가 관객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브레히트는 서사극은 상황의 재현과는 달리 감정이입도 하지 않고 상황에 대한 놀라움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한다. 서사극처럼 판소리도 제스처적인 연극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내용에 따라 연기가 중단되는 빈도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만큼 더 많은 제스처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서사극처럼 판소리의 기본 형태는 충격이다. ‘노래와 관습적 제스처들이 한 상황과 다른 상황을 구분짓게 하며, 인터벌(interval)이 생겨나고, 인물들의 운명을 결정한다. 수궁가롤 보면 끝에 가서는 픽션의 경계선이 흐려지고 해학적인 결말과 소리꾼이 개입하는 부분들이 나타난다.

 

2. 의미론과 화용론

의미론적 측면을 알아보자. 사태를 기술하는 진술(statement)이 약속, 질문, 명령 같은 관습이 지배하는 특별한 사회적 활동에 참여하는 것과 같다는 오스틴(1962)의 주장은 언급할 만하다. 약속은 자라가 토끼에게 가짜로 했고, 질문은 토끼가 받고, 용왕은 자라에게 명령을 내리며, 특별한 사회적 활동은 뭍과 바닷속에서 생물들이 다 같이 모이는 자리에서 행해진다. 또 존 라이언스는 화자가 다른 단어보다 어떤 단어를 고르는 것은 그의 태도를 드러내며 청자를 즐겁게 하거나 노엽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토끼를 꾈려고 자라는 종결어미와 호칭을 바꿔가며 꼬이는 말을 하고, 상황에 따라 토끼를, 그리고 토끼의 말에 마음이 돌아간 용왕을 노엽게 한다.

존 라이언스가 지은 책 <의미론. 1, 의미연구의 기초>(강범모 옮김, 한국문화사)p.128에서 기만성(prevarication)이란 기호 체계가 속이거나 잘못 전하는 데 쓰일 수 있는 가능성을 뜻한다고 말하고 있다. “어떤 종의 동물이 안심시키는 신호를 발산하여 다른 종의 동물을 함정으로 유혹하는 것은 속이는 것인가 아닌가?”라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특히 서로를 속이는 동물들이 등장하는 수궁가에서는 더할 수 있다. 토끼가 뭍에 나와 안전한 데서 자라를 잡을 때도 토끼는 자신의 기지를 계속해서 새롭게 달겨드는 위험을 속이는 데 사용한다.

이 책의 p.153에서 개념은 기술된 심리적 실제로서 그것이 정신 속에서 역동적으로 그리고 상호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는 울만(1957)의 연구가 있다. 수궁가에서 속은 쪽인 용왕의 머릿속 토끼의 간은 토끼의 위트로 인해 뭍에 있다고 중요한 개념 자체가 뒤바뀐다. p. 167에서 애버크롬비(1967)는 지표적 기호들은 집단의 소속을 가리키는것들(수궁가에서는 별주부라는 직위), “개인의 특징을 드러내는것들(자라목) 등이며, 또 이 판본의 막바지에 들어서는화자이며 소리꾼인 김연수가 갑자기 등장해 속내 한마디 한다. 이런 하위분류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집단식별적(group-identifying)' 또는 지위(status)' 혹은 직업적(occupational)’ 등으로 나눌 수 있으며 언어학자들은 이러한 특질들을 오랫동안 연구해 왔다. ‘토끼의 간에 대한 암시의미’(connotation)라는 용어는 토끼의 간에 대해 의원이 말하는 설명과 토끼가 (거짓으로) 설정하는 설명에 나오는 자신의 간 사이의 대조적인 뜻에서 차이가 난다. 또한 이름에는 부름(vocative, 호격) 기능이 있는데, 토끼에 대해 쓰인 이 호격은 퇴생원토끼두 가지에서 명백히 의미하는 차이가 난다. 여기서 이름의 발화는 호명되는 사람에 대해 주의를 끌려는 것인지 또는 경고인지 주의주기인지 경악의 절규인지를 구별할 수 있는 준언어적(paraliguistic) 억양을 동반하는지 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말과 글에서 의미 작용은 함의, 모순, 동의, 중의, 전제 등 의미에 대한 사람의 직관을 바탕으로 설명할 수 있다. 여기서는 고려대학교 강범모 교수님의 <언어: 풀어 쓴 언어학 개론>에서 발췌해 판소리 수궁가의 몇 가지 의미 작용을 설명해 보겠다.

문법 모형 속에서, 조합성의 원리가 있다. 언어 표현 전체의 의미는 그것을 구성하는 부분들의 의미와 부분들의 결합 방식에 의해 결정된다는 말인데, 수궁가에서는 이 부분들이 당시 문화와 생활사를 실증하는 당시의 한자어와 민중의 행복과 주체성을 알게 하는 온갖 다양한 동사로 작품 전체의 의미들을 모아서 형성한다. 수궁가의 경우 이러한 표현들의 맥락(context)용왕이 토끼의 간을 약으로 먹고자 별주부 자라에게 지시해 자라가 뭍으로 올라간다이지만, 토끼가 이를 알게 되기 전까지 토끼는 이런 맥락을 전혀 모르고 있다. 토끼가 이를 알게 됨으로써 극적인 갈등이 생겨난다.

여러 짐승들이 모일 때나 자라가 토끼를 꼬실 때, 토끼가 용왕을 속일 때 등 수궁가의 여러 장면에서 사용하는 심상, 이미지, 심적 표상은 이처럼 맥락에 따라 극적인 언어 구사를 하는 데 사용된다. 또한 수궁가에서 사용되는 별주부’, ‘퇴생원이라는 표현들은 주인공인 작중 인물들의 신분이나 삶을 간단히 부르는 표지로, 관객에게도 작품에 대한 실마리를 준다. 인과 이론에 의하면 이름은 특정 시점에 세상의 사물과 연결되며 사회적으로 통용되고 계승되는데, 예를 들어 별주부는 자라의 벼슬로 자라의 이름을 삼고 충성스런 성격을 드러낸다.

바닷속 세상을 좀더 논해 보자. 위에서 말한 심적 표상은 토끼와 용왕과 자라가 각기 다른 관점으로 보는 가능 세계로 기능한다. 또한 로시(Rosch)에 의하면 원형은 어떤 범주의 가장 중심적이고 전형적인 원소의 심적 표상인데, 수궁가에서 표현된 바닷속 동물들은 각기 자신의 신체적 특징으로 우습게 대표된다. 토끼와 간에 대한 얘기를 하면 개념들 가운데선 부분관계가 성립할 수 있는데, 간은 몸의 일부라고 흔히 말할 수 있으므로 간을 뭍에 널어놓고 왔다는 토끼의 진술이 이러한 부분관계에 대한 통념을 어색하게 만드는 데 토끼의 설득력이 있다. 토끼를 처음 보는 생물들에 대해 토끼가 지닌 이 설득력은 언어유희로 표현된다. 토끼는 자신의 이 지상에서는 뺐다꼈다 할 수 있는 것이라는 거짓 진술을 참으로 여기게끔 감정과 기지를 발휘하는 것이다. 여기서 토끼를 인간이라고 생각하면, 인간이 세계를 생각하는 방식은 문화적, 언어적 배경을 통해 결정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상적) 대화에서 건져올린 언어의 파편들을 가까이 혹은 멀리서 분석하는 언어학 분야에는 화용론이 있다. 여기서는 판소리 수궁가에서 나타나는 추론(inference), 높임법(honorifics), 담화론을 살펴봄으로써 판소리 수궁가를 분석해 본다.

화용론의 한 논의로 추론(inference)’이 있다. 추론은 전달 내용과 진술 내용이 다를 때 일어나는 행위를 말한다. 가령 어떤 노란 옷을 입은 암토끼가 나는 보랏빛 옷을 입은 숫토끼요라고 말했다면? 명백히 거짓이므로, 청자는 숨겨진 다른 의미를 찾게 된다.

우리 판소리 관객이라는 청자는 별주부가 토끼 꼬시는 장면에서 '용왕님이 퇴생원을 반겨주시고 벼슬을 주시기 위해 기다리고 있소'라고 하지만 실제로 별주부는 '용왕님이 퇴생원의 간을 빼달라 하니 같이 가소'라는 뜻으로 한 말인 것을 안다. 토끼라는 청자는 사전 정보의 부족으로 이러한 의미를 추론할 수 없지만, 자기가 사전정보가 부족한 부분을 다른 이가 아닌 별주부에게 설명해 달라고 하므로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 허점을 드러낸 셈이다.

이처럼 설명할 수 있는 이유는 수궁가에서는 청자의 갈림(division)이 생기면서 이야기 속의 (진위를) 모르는 청자와, 이야기 밖의 아는 청자로 나뉘게 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수궁가 원문의 예를 들자면 용왕의 병에 토끼 간이 특효약이라는 말 때문에 자라가 토끼 잡으러 가면서 벌어지는 속고 속이는 극을 그린 거짓말 투성이인 수궁가에서는 자라의 가증스럽고 전략적인 거짓말에 거짓말로 대응하는 토끼를 통해 수궁가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아이러니(irony)인 여러 거짓말들이 생겨난다.

미하일 바흐친의 말의 미학의 한 장 담화 장르의 문제를 통해 살펴보면, 판소리 발화의 주제 내용, 문체, 구성 조직은 발화 전체와 불가분하며, 소통 영역의 특성으로 규정되어, 궁극에는 (판소리에서는 소리꾼) 자신만이 가진 상대적으로 안정된 발화 유형담화 장르를 만들어내며, 모든 문학 장르가 여기에 속할 수 있다. 판소리라는 복합 담화 장르는 계급 사회인 조선시대와, 그 시대에 비롯된 사설시조 등등 문화적 소통 조건 속에서 발생하며, 직접적인 담화적 소통의 조건에서 생겨난 조그만 단순 담화 장르를 흡수·변형하면서 형성된다. 그리고 이 조그만 장르들은 독특한 성격을 획득한다. 복합 담화 장르와 단순 담화 장르의 차이는 근본적이고 그만큼 여러 가지 유형의 분석을 통해서 밝혀지고 정의되어야 한다. 바흐친에 따르면 장르에 따라 밝혀지는 개인적인 개성의 각기 다른 층위와 측면이 드러날 수 있고, 어느 장르건 개성적 문체는 민족 공통의 언어와 상호관계 속에 존재할 수 있다. 범민족적인 것과 개성적의 것 사이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발화(speech)에 속한다.

<한국어 표준 문법>담화론에 따르면, 담화(discourse)는 화자와 청자의 작용이 일어나는 어떤 특정 장면(상황)이 있어야 하는데, 담화성(textuality)을 갖춘 긴 대화로도 볼 수 있는 판소리는 그 장면을 그 자체를 통해 실현하고 통으로 전달하는 담화가 되고 있다. 가령 인물을 세부적으로 의미적 완결성을 갖추기로 하고 설명할 때는, 판소리에서도 그 인물의 특징적 모습이나 성격, 일대기, 일화, 업적 등을 생각하는 것 같다. 판소리의 응집성은 하나의 커다란 내러티브를 몇 테마(사건과 그 바탕) 하에 담는 데서 나온다. 담화론은 실제 오고가는 언어를 대상으로 하는데, 여러 추상적 층위의 언어 단위에 대한 연구라는 것이 담화론 연구의 전제이다. 예를 들어 소설에서처럼 누가 누구에게’, ‘장면과 상황이 무엇이냐에 따라 담화론의 문제로 삼을 수 있다. 그러나 기본 구조를 보면 판소리 담화는 화자와 청자 간의 양방향적인 화행으로 보이는 것이다. 수궁가에서는 이러한 소통의 과정을 돌려말하기’, ‘예의같은 테크닉과 함께 나아간다. 대중 예술이라는 판소리로서 결국 수궁가가 이해시키고 전달하는 과정은 ‘entertainment’의 과정이 되고 있다. 판소리에서는 발신자의 의도를 서술어, 동사, 보어 등 다양한 문법적 요소를 통해 여러 갈래로 구현하며, 이에 걸맞게 조사와 어미가 발달했는데, 한편 판소리에서는 이에 맞춰 장면 하나가 문단하나라고 할 수도 있다.

보통 응결성과 응집성 있는 담화를 생산하려면 담화 내적 구조를 알맞게 조직해야 한다. 이에 가장 들어맞는 판소리의 기제로 뒤에 다루지만 나는 귤을 맛보고 사과를 베어물고 배를 집어삼켰다처럼 모양이 비슷한 여러 가지를 친 문장이 선호된다. 또 판소리만의 특이한 발달상으로 청자나 고수가 화자 소리꾼의 말 듣는 표시로 아래에 나올 담화 표지나 간투사의 모습으로, 동반언어적 표현(발화에 언어 표현과 함께 동반되는 표현 지칭)을 통해 느낌, 생각, 믿음을 실현하려 하는 체계를 들 수 있다. 수궁가의 경우 토끼잡이를 결행한 자라가 뭍으로 가는 이야기 구조의 상황성과 의도성을 그 특징으로 한다. 뒤에 문장 종결법과 관련된 높임법에서도 다루겠지만, (웃어른을 향한) 높임법이나 호칭 등에서 복잡하고 엄격한 체계를 지닌 전통 언어 예절 또한 판소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다. 한편 지시물 추적, 전경화, 배경화라는 개념들을 통해 정보가 판소리를 통해서 흐르는 방식과 모습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응결성을 드러내는 담화론의 기제들 중에 병렬 형식이 있는데, 위에서 제시했듯 나는 귤을 맛보고 사과를 베어물고 배를 집어삼켰다라는 문장을 전형적인 병렬 형식이라 볼 수 있겠다. 다만 아무리 문장의 긴 연쇄체라 해도 의미가 상관없다면 용인성’, ‘정보성’, ‘상황성’, ‘상호텍스트성등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또 의도면에 있어서 소리꾼 화자의 의도와 자라의 의도가 둘 다 각자의 발신 의도에 효과적으로 도달하려 하는 것은 의도성이라 할 수 있다. 이 담화 안에서 처음에 토끼는 전제 지식이 부족한 채로 별주부를 따라가지만, 기지를 발휘해 자라가 한 것과 같은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한다. 단지 의도뿐 아니라 특히 의도한 효과가 생겨나도록 하는 발화를 의도한다. 담화의 표현적 기능을 Searle(1987)은 말(여기서는 자라의 거짓말)과 세계의 일치 방향(진실)과 무관한 것으로 본다. 친교적 기능은 반드시 특정 청자를 겨냥해야 하는데, 관객이 매번 달라지는 시대적이고 예술적인 담화라는 판소리의 특성과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

한편, 판소리 다섯 마당에서 상호텍스트성은 어느 전형적인 특징의 패턴을 갖추는 담화 종류를 발전시키는 데 관계하고 있다. 번역학에서 상호텍스트성은 임의의 텍스트(소리꾼에게는 채록된 완창)가 과거에 존재했던 다른 텍스트(소리꾼에게는 가르침)에 의존하여 생산되고 수용되는 현상이다.

김일웅은 구어(oral language)의 경계는 문장 사이 쉼보다 더 긴 동안의 이 있는 곳이라고 보았는데, 소리하는 동안의 이 이에 겹친다. 얼쑤같은 경탄이 호응 유도’, ‘이해 확인’, ‘맞장구처럼 화자나 청자가 응답할 때 사용되기도 한다. 상호 교환 담화로서 판소리는 대인간 층위로 역동적인 상호 작용 구조로 드러난다. 참고로 담화 표지로서의 말은 여러 연구자가 여러 가지 종류로 설명하고 있다. 판소리 속 구어 담화 표지는 공연이기 때문에 구어에서 발신자와 메시지 간 또는 화제 간의 결속성에 초점을 맞춘다. 이때 간투사, 부사, 관사, 동사, 접속 부사 등을 통해 억양, 길이, 휴지 같은 운율 요소들을 골고루 활용한다. 예를 들어 아니의 기능은 부정’(‘아니 되옵니다’), 반대, 비난 등을 문장 단위로 활용하는 그 가운데 있다.

수궁가에서 전경 정보는 용왕이 토끼의 말에 속아 넘어가는 이야기의 뼈대인 반면, 정보 가치가 높지 않은 배경 정보는 용궁과 뭇 신하들을 묘사하면서 스스로 컨텍스트 노릇을 자임한다. 배경 정보도 나름대로 특히 문화사적으로 가치있지만, 별주부, 토끼, 심지어 용왕 같은 주된 행위자의 성격은 개성적이고 또렷하다.

청자의 마음에 사실로 인지되어 있는 선언은 판소리에서는 이야기 줄거리를 죽 따라감으로써 그 신뢰성이 각인되는 담화 기능의 유형이다. 이 때 청자가 특정되어야 한다는 점은 판소리 관객의 존재감을 말할 수 있다. 결국 한 번의 판소리 담화에서 일어나는 일관성의 성취, 적절한 어휘 선택, 지시물의 식별, 어순의 결정은 관련된 여러 존재론적 개념들과 어떤 상관관계를 갖는지에 대한 연구도 가능한 것이다.

Peter Grundy <Doing Pragmatics>에 나와 있는 공손표현(politeness phenomena)과 높임법은 한국에서 상당한 무게로 독자적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수궁가에서도 토끼가 간을 놓아두고 왔단 말을 믿고 토끼를 손님 대접하며 호칭과 종결어미로 번갈아 낮춤법과 높임법을 사용한 용왕을 생각하면 된다. 네이버에서 간단히 검색한 바로 높임법에는 모시다, 드리다, 뵙다, 여쭙다같은 서술어와 부사어의 대상을 높이는 객체높임법, ‘하십시오라고 당신에게 말하는 상대높임법, 문장의 주어인 서술어의 주체를 높이는 주체높임법이 있다.

<김연수 완창 판소리 다섯 바탕 사설>에서 수궁가가 시작되는 첫부분인 <김연수 다섯 마당>p. 588에서 소리꾼은 용왕이 탄식을 허시는디하며 작중인물 용왕을 객체높인다. p. 590에 의원 역할을 하는 선의도사는 만만위중타기로 뵈옵고저 왔나이다하며 용왕을 객체높인다. 바로 p. 591에서 용왕은 반기며 원컨대... 특효지약을 가르쳐 주옵소서로 상대를 높인다. 그 다음 p. 594에서 선의도사는 용왕에게 많이 댈여 한 번에 잡수시오, 이어 p.596에서 침구를 허옵시다하고 환자에게 대하듯 계속 상대높인다. 차도가 없자 도사가 토끼의 간 얘기를 한 뒤 갈 길이 총총하와 이만 물러가나이다하고 난 다음에 용왕이 대궐 안에 벼슬아치들을 모아놓은 뒤 토끼 간을 구하기가 시각이 급하오니, 문무간에 보낼 신하 선생이 천거하오하고 백의재상 궐어(쏘가리)를 모셔와 중간 높임법으로 묻는다. (p. 608) “대왕께서 정하소서하고 궐어가 한 발 물러나니, 벌떡게, 조개, 깔다구(하루살이) 등 여러 벼슬아치들이 못 허리다”, “집어다가 대왕전으 바치리다등으로 상대높임법을 쓰며 나서고 쏘가리가 한 마디씩 코멘트한다.

이때 p. 617에서 나타난 별주부 자라는 말의 내용이나 문법에서나 용왕에 대해 극도로 상대높임법을 사용하며 p. 618에서 퇴간이 좋다허오니 소신의 정성대로 한사결단 구하오리다하며 등장한다. 별주부 집에서는 별주부의 어머니가 용왕에 대한 충심으로 한 마디 충고하자 별주부가 상대높임법, 주체높임법을 고루 써서 위로 임금님 환후, 아래로 모친님 마음 모다 편하게 하오리이다하고 나서 부인에게는 마누라만 믿고 가오. ... 설워 말고 잘 지내오.” 하니 부인이 별주부 어머니와 똑같이 상대높음법, 주체높임법으로 가사 걱정 아예 말고, 토끼만 구허시어 임금님 환후를 구허소서.”하며 하직을 한다. 그리고 나서 자라가 뭍에 올라가 만나는 기린, 노루, 멧돼지 등 여러 동물들과는 모족(몸에 털이 난 짐승) 모임에 참여하는 등 여러 일이 벌어지지만 하게, 하오체로 높임법이나 낮춤법을 따로 쓴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p. 648에서 이제야 토끼가 퇴선비라는 이름과 함께 등장한다. 여러 날 굶은 호랭이장군님이 잔치에 잠깐 참여해 상좌를 차지해 모두에게 낮춤말을 시작하고 여러 동물들은 모든 높임법을 골고루 써 호랑이를 대한다. 토끼는 호랑이에게 자신은 평생에 가증한 건 사람보담 사냥개란 놈이오나, ... 감히 앙달(우러러보고 아룀)하겄나이다라며 p. 651에서 모친께 말하듯 호랑이에게 고한다. 이 점을 기억해 두면 나중에 토끼가 수궁에서 자라에 대해 하는 말들의 모티브를 알 수 있다.

그러면서 다들 사냥개가 겁이 나 모임을 그만두려 하는데, 별주부가 저기 퇴생원 계시오?”하고 부르면서 실수로 호랑이를 불러 호랑이가 자라를 잡아먹으려 하자 아이고, 내 자래 아니오!’라며 자리를 모면하지만 바다짐승답게 호랑이에게 높임법을 쓰지는 않고 오히려 싸워서 이긴다. 자라는 그리고 나서 산신제를 모시려다 두 귀가 쫑긋한 토끼를 p. 661에서 맞닥뜨린다. 토끼가 조용한 자라 등에 앉았다가 자라가 움직이자 발딱 하며 여보, 당신 명색이 무엇이오?”하고 하오 체를 쓴다. “, 나는 수국 전옥주부 공신 사대손 별주부 별나리라 하오.”라고 자라가 대답한 뒤 토끼는 자신의 신화적 유래 설명을 먼저 한 뒤 명색이 퇴생원이라 하오라고 더불어 하오 체를 쓴다. 별주부는 토끼를 용궁으로 데려갈 생각으로 대체 퇴선생 높은 위명 들은 지 오랠러니하고서 추어올리니 토끼는 좋아라 한다. 한편 p.664에서 잠깐 희극적 대목이 나오는데, 별주부가 빠짐없이 문자를 쓰자, 토끼가 망신당할까무서워 두서없이 아는 문자를 내놓는데, 정말 두서없이 출가외인’, ‘여필종부’, ‘좌포우혜’(고기를 말린 포는 왼쪽에, 식혜는 오른 쪽에 놓는 제사상 차림법이란 뜻) 등이 있다.

그 다음에 자라는 바라건대 퇴생원은 ... 나를 따러 가사이다.” 그리고 우리 수궁 가시오면, 출장입상 그 공명을 그 뉘라 당할쏜가? 나를 따라 수궁 갑세,” 하고 높임법을 쓰기 시작한다. (p. 666, 667) 밀고 당기기가 시작되고, 높임법도 이랬다 저랬다 하는 여러 술수 끝에 토끼가 대관절 수궁 흥미는 어떠하오?”하고 p. 677에서 호기심을 표하고 다시 토끼가 솔깃해서 기어코 자라를 따라 내려가는데, 여우가 타국 생활을 경고하고, 또 한 차례 토끼의 생각이 달라지자 자라는 여우에 대한 험담으로 토끼를 불러세운다. 또 한 번 토끼가 물이 무섭다고 하자 자라가 발끈해 원 벼살하로 가자닝개 용댕기 뒷줄 쎄기듯 너무 자쎈다. 올 테면 오고, 갈테면 썩 가거라, 이놈아!” 하고 다시 한 번 밀고 당겼다가 , 퇴공, 내 등에 가만히 엎져 세상 구경이나 허소.” 하고 다시 높이며 토끼를 업고 기어코 수궁으로 들어간다.

별주부는 p. 691에서 토끼는 어찌 되었는고?” 하는 용왕의 말에 토끼를 생금허여 문밖에 대령하였나이다하고 네 토끼 바삐 잡아들여라!”라는 어명이 떨어진다. 토끼는 첫번에는 아이고, 내 토끼 아니오!”하고 모면하기 바쁘다. 그러나 이윽고 사태를 알게 되자 허허, 원통헌 일이로고나. 소퇴 한 말씀 아뢰리다.” 하며 할 수 없이 용왕에게 낮춤법과 상대높임법을 쓰며 간을 지상에 두고 왔다는 말로 승부수를 던진다. 용왕은 물론 거짓말이라 생각하나 토끼가 동양화 화백의 붓발 같은 화려한 말발로 계속 설득하니 p. 697에서 진심일까 생각해 본다. 이때 별주부가 토끼를 의심하자 이에 토끼는 별주부를 참소하고자 하여, 간 얘기를 먼저 하지 않은 별주부를 비난하고 쓸데없이 속이지 않았으면 간을 주었을 것이라 p. 704에서 말하며 위에 말한 사냥개 대하듯이 별주부를 욕한다. p. 705쪽에서 곧이들은 용왕은 네 퇴생원님을 부액하야 전상으로 모시어라하고 별주부에게 명하고, 토끼는 대왕 덕택에 살았사온디, 그 은혜를 생각한들 무슨 괘념이 있사오리까.”하고 용왕을 높인다. 토끼 환심만 사려는 용왕은 잔치를 열고 손수 술을 권하면서 둘은 서로 높이면서 대화를 나누고, 용왕은 토끼에게 벼슬까지 준다. 용왕이 별주부에게 퇴선생을 모시고 다시 세상에 나가 간을 속히 가져오도록 하라.”고 명을 내리자, 별주부는 끝까지 항의하나 결국엔 토끼를 지상으로 데려다 주게 되어 , 퇴선생. 왕명이 지중하니 이제는 하릴없소. 내 등에 업히시오.”라 하오 체를 쓰며 지상으로 떠난다. 그러고 나서 토끼가 뭍에 뛰어내려 도망가자 별주부와 하오 체로 공방한 끝에 토끼가 별주부를 조롱하며 뒈어지라며 하오 체를 버려두고 욕한다. 별주부가 우리 용왕을 살려주오라고 반() 높임말로 애원하니 토끼가 풀어주며 토끼 똥이 명약이라며 충성스런 별주부의 등에 자기 똥을 올려놓고 별주부에게 욕설과 불가능한 약재를 처방해 주며 헤어진다. 이후 독수리가 토끼를 잡아채는데, 토끼가 눈물과 기지로 독수리에게 장군님, 정 그러시면 내 분하고 원통한 설음타령이나 한 번 헌 다음에 잡수시오.” 높임말하고 호기심을 자극받은 독수리가 수궁에서 보물을 받아왔다는 토끼의 말에 같이 보물을 찾으러 갔다가 토끼가 바위 틈에 숨어 버린다. 이후 토끼는 나중에 신선 따라 달에 갔다고 하며, 별주부는 토끼똥을 용궁으로 가져가 용왕이 나았다고 한다. “그 뒤에 뉘 알리오?” 하고 소리꾼이 관객에게 하오체를 쓰며 사설 한 마당이 끝난다.

 

3. 어원 그리고 음운론, 형태론과 또 하나의 화용론

음운은 단어나 형태소의 뜻을 변별해 주는 최소의 단위인데, 변이음과 음성으로 음운이 실현된다. 판소리에서 음성학적으로 말의 길이를 따지자면 형용사 또한 길이가 늘어지고, 필자가 녹음 버전밖에 듣지 못했기 때문에 아주 잘은 모르지만, 귀기울여 잘 들어야 초성, 중성, 종성을 구별할 수 있다. 보통 가운데에 오는 모음은 많이 늘어지게 된다. 물론 서로 다른 모음의 이어짐과 생략 같은, 판소리에만 적용되지는 않는 규칙들도 존재한다. 판소리는 이러한 규칙들과 함께 장구 치는 고수, 관객과 더불어 메타언어의 삼각형을 설정할 수 있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면 “~할 적에” “-여라” “-” “그때 -한디” “-허다” “-” “한저” “하르르르르르” “-하야” “후에” “할 제”(-할 적에) “모냥” “해서” “하니” “얘기여” “하되” “하시면” “하온대” “하였더니” “하야” “나니다” “지라같은 종결 어미, 담화 표지, 간투사 또는 상황에 따른 입놀림 제스처 같은 메타언어적 표현들이 있을 수 있다. 필자가 보기에 판소리는 잘쓴 사설 시조와 같다. 한 판 소리가 벌어지는 동안 많은 간투사와 담화 표지, 그리고 많은 음악적 표현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간투사는 무엇이고, 담화 표지는 무엇인가? 구글에서 간투사를 찾아보면 품사의 하나. 말하는 이의 본능적인 놀람이나 느낌, 부름, 응답 따위를 나타내는 말의 부류라고 되어 있다. 한편 담화 표지주로 구어에서, 문장의 내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나 대화의 최종적인 목적을 달성하고자 문장 간의 응집성을 높이기 위하여 사용하는 표지. 화자의 상태나 의도, 감정을 나타내기도 한다.”라고 되어 있다. 음악적 표현은 고수의 장구 소리나 소리꾼의 청산유수 말발로서 나타날 수 있다. 또 이 담화 표지는 수궁가에서 하늘에서 온 의원이 용왕을 진찰하며 사용하는 말들의 어미들 ‘~인디’(<사설> p.592), ‘~이라’(p.593), ‘허랴하면’(~p.599), ‘온즉’, ‘법이온바’(p.600)와도 어느 정도 상통한 면이 있다.

그럼 판소리 수궁가에 쓰인 옛말 몇 가지를 가까이 따라가 보자.

첫번째, <김연수 완창 판소리 다섯 바탕 사설(이후 사설’)> p. 645에 사슴을 보고 경탄하는 데에 장하시어, 훌륭하시어란 뜻으로 나오는 장허시사는 남광호의 <교학사 고어사전>에 의하면 옛말에 장허다로 그 뜻은 장하다, 굳세다, 기상이 훌륭하다라고 한다. 또 다른 출처에 의하면 장허가 명사로 장후의 다른 말인데 권장하여 추어올림이란 뜻이다.

두번째, <사설> p.625에 별주부 어머니께서 아들에게 일찍 나가 늦게 오면 문에 빗겨 기다리고라는 말씀에 비스듬히 기대어라는 뜻으로 쓰인 빗겨가 백문식의 <우리말 어원 사전>에 따르면, ‘빗장이라는 단어의 -(비스듬하게 기울어진)’ 또한 빗기다, 빗나가다의 어근이다. <교학사 고어사전>(p. 743, p. 745)에서도 빋기다이라는 말에서 똑같은 어원을 찾을 수 있다.

세번째, ‘지저귀어 울 제라는 뜻으로 쓰인 지지 울 제는 수궁가 p. 623에서 토끼 화상을 그리는 중 귀의 듣는 능력을 묘사하는 장면 말고도 다른 데서도 등장한다. ‘지지-’지저귀-’라는 뜻을 가진다. db.sejongkorea.org에서 찾을 수 있는 세종 한글고전의 역주 오륜 행실도 1허자매수부분을 보면, p. 48에서 브르지지다가 원래는 브르-’+‘지지-’ (‘부르짖다의 부사화)이며, p. 49우지지다-’+‘지지-’가 합해서 우짖다와 같은 뜻으로 어휘 재구조화의 예가 됨을 볼 수 있다. ‘웨지지다-’지지가 합쳐 외쳐 짖다’, ‘외쳐 대다와 같은 뜻으로 쓰였다.

네번째, <사설> p.617에 나오는 으뜸이온바는 인터넷과 오프라인에서 찾기 힘든 낱말인데, 요즘에 노래하는 사람 이자람의 별주부 상소가사에 보면 <사설>의 문장과 거의 같다. “효도는 백행의 근원이요 충성은 삼강의 으뜸이온바 천성으로 헐바옵지 가르쳐 되오리까라는 고어가 등장한다. 이처럼 으뜸인데라는 뜻으로 잘 쓰이고 넘어갔음을 추론할 수 있다. ‘우리말 큰사전 2-’ p.1576에 나오는 여섯번째 정의를 살펴보면, ‘풀이씨의 매김꼴 ’-(, ), ‘()’, ‘다음에 쓰이어, 앞엣말의 그 내용(사실)이나 일 따위를 나타내는 말이라고 할 수 있겠다. 현대 국어 예문으로 내가 본 바를 말하겠다.’가 있다. <사설> p. 617에 나오는 으뜸이온바는 이 뜻에 가깝다.

다섯번째, ‘올리올데<사설> p. 618에 자라가 나서며 자신의 충성을 고백하고 용궁 사람들 모두가 놀라는 장면에서 자라가 토끼의 간을 올리겠다고 말하는 장면에 나온다. 그런데, ‘우리말 큰사전 2-’(한국학회 지음, 어문각 출판) p. 3063에 나온 정의를 보면 올리’- 위로 향하여라는 뜻을 담고 있다. 그리고 <국어 비통사적 합성 용언과 통사적 합성용언의 공존 양상에 대한 통시적 연구>(김은주, 2012)에 의하면 치올리어 들다라는 말과 추겨-들다라는 말이 올리올데의 의미를 보조할 수 있겠다. 교학사의 <고어사전> p. 1104를 보면 올리다에는 두 가지 뜻이 있는데, 하나는 동사로 올리다, 드리다이며 두번째는 등급 따위를 올리다이다. 수궁가에는 첫번째 의미가 더 어울리겠다.

여섯번째, <사설> p. 724다뿍새 우리말 큰사전을 보면 분량이 다소 범위에 넘치는 모양을 뜻하며, 변화형태 담뿍담뿍 채우다와 같은 구절에서 찾을 수 있다. ‘가득 채우다를 담뿍 채우다의 뜻이라고 할 수 있다. 큰말로는 듬뿍이 있다. <사설>에 의하면 토끼를 아이들이 토끼를 보고 병든 줄 알며 하는 말인데, ‘쉬를 빈틈 없이 다뿍(가득) 실었구나라며 관찰한다.

일곱번째, <사설> p. 722새끼 손가락이 짧다는 말로 쓰인 짜룹기는는 현대어로 짧은 것은로 해석될 수 있다. 전라, 경상에서 이 말 짜루다짧다라는 형용사로 쓰인다. 이날치의 노래 약일레라의 가사 다섯 가락 중 그 중에 짜룹기는 시월, 동지, 섣달인데내용에서 의미를 유비할 수 있다.

 

4. 수궁가의 언어 구조적 특성

판소리 수궁가에서 가장 돋보이는 문장 형태라면 나는 짜장면을 먹고 너는 짬뽕을 먹고 그애는 볶음밥을 먹었다같이 여러 병렬된 항목들을 한 문장 속에 이어 붙이는 문장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문장을 보면 이렇게 어떤 문장인지는 알겠는데, 문장 구조의 도표화가 통사론의 주된 매개체인 상태에서 필자가 몇 주간 책과 논문과 씨름하더라도 논문에까지 쓸 수 있는 결과물이 별로 없다. 그래서 정리하는 마음에서 일단 통사론은 아쉽지만 아래 언급으로 간단히 접고 고려대학교 언어학과 은사인 강범모 교수님의 저술서 일부를 인용했다.

언어로 생각을 표현하는 기본 단위는 문장이며, 문장은 어순과 계층구조나 굴절이나 격조사 등 문법적 기제를 통해 일정한 형식을 갖춰야 한다. 문장의 구조를 연구하는 언어학의 한 분야인 통사론에 의하면, 귀환(recursive) 규칙은 언어의 창조성의 바탕에 같은 구조가 반복되어 끊임없이 새로운 문장이 나타날 수 있는 귀환적 구문이 통사 구조로서 표상하는 규칙을 뜻하며, 짧은 예문으로는 그는 걷고 걷고 걷고 걷고 걸어서 목적지에 다다랐다그리고 철수가 영수가 영희가 예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를 들 수 있다.

수궁가의 언어 구조적 특성에서 이런 겹겹이 대등문은 이야기 속에서 당시 사회상, 그리고 집적되어 최고 수준에 도달한 문화 수준을 반영한다. 대등접속문이 많기 때문에 판소리 수궁가는 연구자에게는 좋은 연구 대상이 될 것 같다. 본 필자가 바로 아래 길어낸 문장 패턴들이, 다름아닌 대등접속문이라는 형식에 담은 뜻을 문화적으로 많이 실천하고 있다. 그 말은 다름 아닌 수궁가와 수궁가가 아니더라도 판소리 다섯 마당을 관통하는 흥겨운 언어 쓰임과 준언어적 제스처를 특징으로 하는 것이다.

그럼 먼저 간단히 수궁가에 나오는 몇 가지 대등접속문의 특성을 예문과 함께 더듬어 보도록 하겠다. 도사가 바닷속으로 내려와 용왕을 진찰하고 처방하는 부분이다. *표시는 옛말 낱말의 뜻을 풀어낸 것이다.

 

약을 한 테 모일 적으, 인삼은 미감하니, 대보원기허고, 지갈생진허며, 조영양위로다

*미감 - 단맛 / 대보원기 - 원기를 크게 북돋아 줌 / 지갈생진 - 갈증을 멎게 하고 진액을 생기게 함. / 조영양위 - 영양을 조성하고 위를 강하게 함

 

금침 은침 빼어 들고 혈을 잡아서 침질헐 적, 천지지상경이니 유주로 주어 보자

*- 경혈 / 천지지상경 - ‘이 세상에서 최고의 경락이란 의미인 듯 / 유주 - 침법의 일종

 

갑일 갑술시에 담경 주유를 주고, 을일 유시에 대장경상양을 주고, 영구로 주어 보자

*갑일 - 일진에 이 들어가는 날 / 갑술시에 - 육십갑자 중에서 갑술에 해당하는 시에 / 담경 - 쓸개의 경락 / 을일 - 일지에 이 들어가는 날 / 유시 - 오후 5시에서 7시 차이 / 대장경상양 - 상양혈 / 영구 - 옛날에 쓰던 배혈방법의 하나

 

일단 간단하게 쓰이는 용어 대등접속문대등문의 일종으로, 다음과 같이 제기된 체계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어에서 문장은 단순문, 복합문으로 갈라지고, 단순문은 그 자체로, 복합문(겹문)은 내포문(안은 문장)과 접속문(이어진 문장)으로 분류되는데 내포문은 관형사절, 명사절, 부사절로 나뉘며 접속문에는 통으로 대등접속문(대등하게 이어진 문장)이 남는다. 위 예문 3개를 보면 대등문, 특히 대등접속문이 문장이 구절 몇 개를 복합한 것임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교육계에서는 대등문은 겹문장 중 하나로만 소개되며 구체적인 교수 학습 내용이 제시되고 있지 않다고 한다.

그리고 허철구의 <대등접속문의 통사 구조>를 보면 접속문에 대해서 용어상 관찰을 한 내용물을 살펴보면 접속은 문장 결합의 방식이고 접속문은 그 결과로 나타난 문장이다. 또 종속접속적인 기능은 접속조사가 아닌 관형격 조사의 기능으로 보아야 한다는 연구를 보아도 연결어미에 더해 조사를 활용해 이러한 구절로 이루어진 문장을 생각해 낼 수 있다. 대등문은 또 나열, 선택, 대립이란 성질을 갖고 있다. 또한 예문을 보면 알겠지만 연결 어미들 중 순접인 ’, ‘-그리고 역접인 ‘-’, ‘-지만을 논리적인 의미 관계에 따라 제대로 활용한다. 그리고 이 구절들에서 실제로 대등문이 연결되는 통사 범주로는 명사구 병렬, 동사구 병렬, 절 병렬 같이 구와 절 층위에서 관찰할 수 있다. (임동훈, 2008) 예문에서는 한 문장 안에 모일 적으”, “-허고” “허며같은 다양한 연결 어미들을 다양하게 활용한다.

앞서도 비슷하게 말했지만 연결어미는 맞섬딸림’, 즉 대등접속과 종속접속이라는 두 기능을 포착한 것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윤준태, 송만석의 <한국어의 대등접속구문 분석>이라는 논문에서 본 바로는 조사에는 ’, ‘하고’, ‘~같은 접속조사가 있고, 대등적 연결어미 ’, ‘’, ‘~든지를 써서 “~하며 ~하다같은 말을 갖다 붙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쉼표, ‘그리고’, ‘ ’, ‘또는’ ‘뿐만 아니라같은 접속어들이 있다. 위 연구 결과와 예문들을 보면 이렇듯 다양한 내용이 다양하게 이어짐을 알 수 있다.

 

마치면서

 

여기까지 분석해 본 수궁가의 언어학적 특성은 앞서 여러 언어적-음악적 방식으로 을 벗어나지 않고 동시에 한국만의 을 열어젖히는 소리꾼과 관객의 적극적인 재미 찾기가 통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까지 할 수 있었다는 의의를 찾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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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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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철구 2005: <대등접속문의 통사 구조>